폭우가 쏟아지던 그날 밤… ‘엄마’는 돌아오지 못했다 [엄마가 사라졌다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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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1
달리는 열차에서 편지를 쓴다. 어쩌면 전하지 못할 편지.

“지문철(가명, 75세) 선생님께. 우선, 이 편지를 받고 많이 놀라셨다면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제가 이렇게 펜을 든 이유는….”

그는 지난 6월 말, 폭우에 아내 오혜선(가명, 67세) 씨를 잃었다. 여러 기자가 연락해왔지만 아내의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제3자를 통해 건넨 인터뷰 요청도 이미 거절한 뒤였다.

잠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한 KTX. 노랗게 익은 남도의 들판이 뒤쪽으로 빠르게 멀어져갔다. 다시 볼펜을 쥐고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지난달 21일이었다.

열차가 광주송정역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차로 전남 함평군으로 갈 예정. 최종 목적지는 함평군 엄다천 어딘가에 있다는 한 ‘수문’이다.
지난 6월 27일, 폭우가 내리는 밤에 전남 함평군 엄다천에 있는 학야제수문을 살피러 나섰던 오혜선(가명) 씨가 실종됐다. 사진은 당시 수색대가 혜선 씨를 찾는 모습. ⓒ연합뉴스
농촌 지역에서는 논밭 주변 하천에서 수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수문을 관리하는 사람을 인근 마을 주민 중에서 선발한다. ‘수리시설 감시원(이하 수문 감시원)’이라 불리는 이들은 물관리가 필요한 농번기에 농어촌공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수문 관리를 담당한다.

오혜선 씨는 농어촌공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엄다천에 있는 학야제수문을 관리하는 감시원이었다. 지난 6월 27일, 함평에 시간당 70mm가 넘는 폭우가 내렸던 날. 그날 밤 오혜선 씨는 하천이 넘쳐 논이 물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해 수문을 살펴보러 나섰다 실종됐다. 오혜선 씨는 이틀 후 약 1㎞ 떨어진 교각 아래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올해 장마 폭우 첫 사망자.”

당시 언론에서는 혜선 씨의 죽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기사는 혜선 씨가 수문 점검에 나섰다가 실종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당시 농어촌공사는 언론 인터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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