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어떻게 그냥 두고 봐요 - 성탄 인사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12/24
며칠 전 왕년에 가정폭력이나 하동학대 등  험한 아이템을 다루던 작가, PD 몇 명이서 술추렴을 했습니다. 종영된지 12년이 넘었지만 다들 할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나름의 ‘리즈 시절’에 가장 험하고 가장 비참하고 가장 낮은 바닥을 몸으로 부딪치며 만난 시절이었으니 어쩔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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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죽으려도 해도 아이템이 없는” 아이템 기근으로 PD 작가들이 무엇이든 껀수만 되면 물어뜯을 좀비가 돼 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 한 작가가 들뜬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번에는 될 것 같아요. 서울 시내니까 지금 헌팅가도 돼요.” 그러면서 제보의 내용을 줄줄 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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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아이인데 지금 보름째 놀이터에서 잔대요. 아빠가 있긴 한데 집이 없는지 학교 끝나고 오면 놀이터에만 있고 아빠도 낮에는 보이는데 밤에는 어디론가 가 버려요. 일을 하는지...... 애는 내처 혼자 있는 거예요 밤 내내...... 아침은 당연히 굶고. 세 끼 중에 몇 끼를 먹는지 모르겠대요. 비 오는 날엔 미끄럼틀 안에 들어가서 자구요........ " 

참 세상에는 희한한 인간들이 많았습니다. 자기는 PC방에서 띵가띵가 놀면서 자기 새끼를 앵벌이시켜서 돈 벌어 오게 하고, 그 액수가 작다고 타박하고 구박하는 애비라는 작자도 있었고, 자식들 팽개치고 집을 나가 지척에서 살면서 2년간 한 번도 자식들 찾지 않는 에미라는 생물도 봤으니까요. 
   
유사한 ‘삘’이 왔습니다. 애를 놀이터에서 재우게 하고 자기는 어딜 쏘다니는 걸까. 유달리 똑똑하고 말도 다부지게 한다는 또랑또랑한 아이는 지금 어떤 상황일까. 언뜻 제보자가 아빠가 경마를 한다는 말 들은 거 같다니 주말같은 때는 애 놀이터에 팽개쳐 놓고 과천 경마장 스탠드에서 7번 달려~~~~~~를 부르짖기 십상일 거 같고...... 현장으로 나가는 내 가슴은 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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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는 일찌감치 약속 장소에 나와 있었습니다. 성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제보자는 아이가 너무나 안스러워서 어떻게든 도움이...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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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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