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저 삭발했어요” 무모한 그 남자가 바꾼 세상 [로드킬: 남겨진 안전모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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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5
“삭발하고 대기 중입니다.”

지난 1월이었다. 전화통화가 늦어져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그에게서 대뜸 이런 답이 왔다. ‘삭발’이라는 두 글자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외쳤다.

“헐!”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들리던 조용한 사무실. 놀란 동료들이 토끼 눈을 하고 나를 바라봤다.

20분 뒤, 메신저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결연한 눈빛으로 카메라 렌즈를 쳐다보고 있는 그의 머리에는 정말 머리카락이 없었다.
지난 1월 윤재남 씨와 기자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갈무리 ⓒ셜록
삭발의 주인공은 자유로 청소노동자 윤재남 씨. 그는 2015년 작업 중에 사망한 동료의 대체인력으로 용역업체에 입사했다. 그가 머리를 민 이유는 뭘까. 이야기는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다른 신문의 인턴기자였던 나는 ‘자유로 청소노동자들이 위험하다’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을 보고 취재를 시작했다.

현장에 가보니 문제가 확실하게 보였다. 청소노동자들은 차량이 시속 100km 이상으로 내달리는 도로 한가운데를 ‘맨 몸으로’ 걸어 들어갔다. ‘로드킬’ 당한 고양이 사체를 치우러. 노동자들의 안전장비는 안전모뿐이었다.

자유로에서는 이미 2015년 10월, 보름도 안 되는 사이 두 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고양시는 제대로 된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그때 윤재남 씨를 처음 알게 됐다. 그는 말이 많았다. 목소리도 컸다.

“자유로를 청소할 때 어떤 점이 위험한가요?”

질문 하나만 던져도, 크고 씩씩한 목소리로 줄줄 대답이 나왔다.

“기자님, 저희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먼저 갓길 청소. 이건 그나마 덜 위험합니다. 두 번째로 ‘도로에 뭐가 떨어져 있다’는 시민 민원을 접수하면 그걸 치우러 직접 (도로에) 들어가요. 이게 얼마나 위험하냐면, 자유로에는 화물차들이 정말 많이 지나다녀요. 그런 게 뒤에서 덮칠까봐 무서운 거예요. 또⋯.

얼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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