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를 무는 딥페이크 피해자, 그들은 모두 ‘서울대’였다 [범인은 서울대에 있다 2화]
2024/01/30
[지난 이야기] 그놈의 텔레그램 성폭력 메시지는 뜨거운 한낮에 도착했다. “너도 이런 거 좋아하지?” 딥페이크 음란물로 돌아온 자신의 얼굴. 그놈은 장예진(가명) 씨 사진을 보며 자위하는 영상까지 보냈다. “누나, 연구하지 마요. 어차피 나 못 잡아.” 그놈은 다 지켜본다는 듯, 장예진 씨가 고소장을 쓸 때도 메시지를 보냈다. 그놈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전화번호 교체로 스마트폰 진동은 멈췄으나, 심장의 요동은 계속됐다. 성폭력 사진을 줄줄이 본 탓에 구토가 쏟아질 듯이 속이 울렁거렸다.
‘그놈은 내 얼굴을 넣은 합성 사진을 텔레그램 이 방 저 방에 올리고 있겠지…. 그 방의 무리들은 낄낄거리며 음담패설을 나눌 테고…. 어떤 놈은 또 그 짓을 하며 영상을 찍겠지….’
서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한 후에도 디지털성폭력 피해자 장예진(가명, 30대 초반) 씨의 마음은 계속 추락했다.
‘범인은 도대체 누굴까. 왜 내가 이런 고통에 빠져야 하지…?’
가해자를 알 수 없는 답답함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 이것은 날카로운 통증이자 정밀한 타격이었다. 그날 밤, 퇴근해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한없이 가라앉은 딸 장예진 씨에게 말했다.
“그거 못 잡는다.” 높은 보안 기능에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방침까지, 장예진 씨도 텔레그램 범죄 수사가 어렵다는 건 안다. 그렇다고 고소를 접을 순 없었다. 고소는 자신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기록하는 방법이니까. 비슷한 피해자가 나왔을 때 가해자를 잡는 단서가 될 수도 있고.
경찰에 이어 가족에게도 무기력한 말을 들으니 힘이 빠졌다. “어려워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보자”는 말을 듣고 싶었다.
“한국 메신저에서 벌어지는 일도 해결 못할 때가 많은데, 텔레그램에서 활개치는 놈들을 어떻게 잡아. 전화번호 바꾸고 그러는 게 오히려 그놈한테 말리는 거야.”
“아빠, ...
“아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