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좆같아요"
2023/04/06
가버나움의 자인, 대한민국의 '자인들'
‘가버나움’은 대다수에게 낯설지만 기독교인들에게 익숙한 지명이다. 이스라엘의 갈릴리 호수 북쪽에 있는 작은 성읍으로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예수는 중풍병자를 치유하고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여주며 복음을 전파하였다. 이와 같은 기적과 설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회개하고 믿지 않았기 때문에 예수는 이 땅이 몰락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6세기에 실제로 사람이 살지 않는 땅으로 변했다.
고달픈 가버나움
영화 <가버나움>은 2천년이 지난 오늘의 가버나움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다. 현재는 레바논 지역이다. 서남 아시아지역은 전쟁과 분규의 도가니다. 시리아, 이라크, 에티오피아 등에서 몰려온 전쟁난민들로 들끓는다. 레바논 역시 내전으로 민중들의 삶이 망가진 상태다. 오늘의 가버나움은 전쟁과 빈곤,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자들의 땅이다.
열두어 살쯤(!) 되는 ‘자인’ 역시 이 땅에 유배된 아이들 가운데 하나다. 부모와 살지만 부모도 그도 자인의 나이를 정확히 모르며, 생일도 모른다. 영화의 대사를 인용하면, “케쳡도 만든 날짜와 유통기한이 있는데” 자인은 그런 게 없는 아이다. 자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는 그곳 아이들을 대표할 뿐이다.
가버나움의 삶은 고달프다. 십 대 초반 자인의 삶은 더 고달프다. 자기보다 어린 여동생이 빈곤 때문에 강제로 시집(!)간 후 임신 후 하혈로 죽는다. 그것도 병원 문 앞에서 죽었다. 그녀 역시 ‘제조날짜’가 확인되지 않는 유령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출생이 신고되지 않아 살아도 존재하지 않는 인간들이다. 죽으나 사나 차이가 없다.
강자들의 삶은 선이 굵고 전형적이어서 스토리로 풀어내기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밑바닥 인생들의 삶은 하찮고 별난 일로 이리저리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 하찮은 사건들은 그들의 삶을 짓누른다. 강자들이라면 전화 한 통과 봉투 한 개로 간단히 처리되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