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보안 지옥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3/15
정보통신 기술이나 보안에 대해 전문성이 있거나 특별히 해박한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현대인답게 보안 문제에 대해선 할 말이 제법 많다. 뜬금없이 왜 이런 말을 하게 되었는가 하면, 며칠 전에 넷플릭스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봤기 때문이다. 시가 아키라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두 번째로 영상화된 이 영화는, 평범한 서울의 젊은이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어느날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가, 범인의 악랄하고 치밀한 계획에 의해 보안이 뚫리고 삶이 온통 덫으로 빠져든다는 이야기다. 어지간해선 저렇게까지는 안 되지, 하고 과장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있고, 거기서 그게 말이 되는 전개인가? 싶은 부분도 있긴 했지만, 분명 일상 속에서 엇비슷한 일을 겪을 수도 있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해서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되었다.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같은 곳에서 주기적으로 틀어줘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섭게 느낀 것은, 스마트폰 해킹으로 소유주에 대해 알 수 없는 게 없다는 부분이었다. 물론 스마트폰 보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긴 어렵다. 개인 통신 장비를 평범한 피처폰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세대는 그래봐야 휴대전화 한 대 아닌가 하는 느낌 때문에, 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쥐고 산 세대는 스마트폰을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이제 네트워크가 지원되는 외장 두뇌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게다가 앞뒤로 카메라도 달려 있고, 마이크, GPS, 압력계, 나침반 등등 최고의 센서가 닥치는 대로 달려 있어 온도 말고는 뭐든 다 감지할 수 있을 지경인데다가 타인과의 관계와 업무까지 모두 관리할 수 있으니, 스마트폰을 해킹당한다는 건 삶을 해킹당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영화에서도 해킹에 의해 주인공을 비롯한 몇 명의 관계는 물론이고 재정도 경력도 모두 박살나는 모습이 오싹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받은 스팸 메일이 떠오른다. ‘난 네 노트북을 해킹해서 카메라로 사생활 영상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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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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