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서 만나 ‘검은 약속’… 1300억 나눠먹은 그들의 수법 [블랙워터 게이트 2화]
2023/10/16
검은 세력의 ‘검은 의리’는 끈끈했고, 이들의 ‘검은 수법’은 꼼꼼했다.
이들은 담합을 하기로 마음을 모으고, 서로의 이윤을 정하는 합의서까지 은밀하게 작성했다. 이들이 담합을 성사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이 ‘검은 세력’의 정체는 상수도관 납품업체.
이들이 상수도관을 납품한 일부 지역에선 ‘검은물’이 흘러나왔다. 경기 시흥 은계지구에서는 2018년 4월 ‘검은물’에 대한 민원이 제기됐다. 상수도관이 녹슬지 않도록 내부에 코팅한 플라스틱 계열의 물질(액상에폭시 등)이 떨어지면서 가정의 수도에서 ‘검은물’이 흘러나온 것. 당시는 아파트에 입주한 지 5개월밖에 안 된 때였다. ‘검은물’의 근원을 찾아 올라가면, 업체들의 부정한 담합, 그리고 공공기관과의 유착 문제로 줄줄이 이어진다. 하지만 담합 업체와 공공기관 등의 임직원 및 공무원들 모두 ‘부정 청탁’ 문제로는 아직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상수도관인 ‘폴리에틸렌 피복강관’ 업체들은 2012년부터 ‘중소기업자 간 경쟁구도’를 본격화했다. 중소기업법에 따라,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고자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한 조치. ‘폴리에틸렌 피복강관’은 물을 수송하는 강관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내외부에 폴리에틸렌(PE) 등으로 코팅을 한 제품이다.
수요기관은 ‘폴리에틸렌 피복강관’을 구매하려면 조달청 자재구매 시스템을 통해 직접 구매해야 했다. 여기서 수요기관은 LH, 한국수자원공사 및 지자체 등 공사 계약을 체결한 공공기관을 말한다. 2014년 기준 ‘폴리에틸렌 피복강관’ 시장 규모는 약 1150억 원 상당이다.
하지만 상수도관 업체들은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정부의 배려만으로는 만족이 어려웠던 걸까. 이들은 담합으로 시선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