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왜 나빠지는 것만 같을까?

soulandu
soulandu 인증된 계정 · 영상, 방송
2023/10/13
어느 날 지역의 청년 한 명이 정치에 입문하려 한다며 의견을 묻는 일이 있었다. 타인의 인생에 조언을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고 실은 거의 무용한 일이기도 하기에 잠시 망설였다가 하려면 스카우트가 아니라 활동가로서 바닥부터 다진다는 긴 호흡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길 건넸었다.

최근 들어, 아니 사실은 꽤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고민하게 만드는 주제가 있다. 지역에 살지만 다소 어정쩡하게 마음 둘 곳 없이 뜨내기처럼 지내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서 공허함을 자주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지역에는 청년들이 별로 없다. 모두가 이제는 너무도 잘 알다시피.

지역에 정착한다는 것.

지역에서 살기로 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자면 마음이 뿌리를 내렸다는 말이다. 그것이 어디에 가 닿았든 마음이 자리 잡을 곳을 찾아 깊게 안착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를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흘러갔다. 나고 자란 땅에서 느껴지는 두 가지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번뇌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했다. 같은 고민으로 취재했던 지역의 청년들에게도 같은 고민이 느껴졌다. 자신이 자라고 살아온 땅에 대한 자부심과 기회의 절대적인 부족 때문에 이주를 고려하는 방황의 마음이 동시에 요동치고 있음을 감지하고는 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느끼는 것은 인간이라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서울이라는 공간은 순리대로 흐르는 마음을 틀어버리는 강력한 자기장이 존재한다.

때때로 어느 사람들로부터 지방대학생들이나 지역 출신 인재들이 드러내는 한계, 이를테면 지적인 호기심이나 열정과 심지어 욕심과 명예욕에의 결핍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실재할 수밖에 없는 격차, 그러니까 건물, 교통, 자본과 인물이라는 계량화되는 부족함 외에도 도전정신, 의욕, 꿈의 스케일과 상상력과 같은 비계량적 격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어느 한편으로는 합리적인 지적임과 동시에 어느 한편으로는 완전히 호도된 잘못된 인식이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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