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도시의 풍경 10] 박수 좀 치면 어때서

소요 ·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 연구소
2024/04/05
제천에서 말러라니!
공연 포스터
천주교 성지인 배론성지에서 말러 연주를 한다는 포스터를 발견했다. 제천에서 말러라니! 상상도 못했다. 우리나라에 말러 열풍을 일으킨 임헌정 지휘자의 사진과 말러가 작곡 작업을 위해 머물던 오스트리아 어느 호숫가의 오두막이 흑백으로 대비되는 아름다운 포스터였다. 지방소멸도시, 워낙에도 문화적으로 척박한 제천에 있다 보니 포스터만 보고도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이렇게 자의적인 해석을 이어간다. 필시 나를 위한 공연이야. 엄마 간병으로 지쳐가는 나를 위한 선물이라고!

사면으로 산으로 둘러싸인(어렸을 때는 산으로 '꽉 막힌' 곳으로 인식했던) 내 고향 제천은 자연환경적으로도 그렇지만, 문화예술적으로 척박하다. 이렇다 할 문화 예술 공간이 없다. 그런데 이제 곧 생긴다. 제천에서 가장 유래 깊은 동명 초등학교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시내에 학령인구가 없어서 이전한 걸로 알고 있다) 그 남은 터에 제천예술의전당을 짓고 있고 올 여름에 개관 예정이다. 반가우면서도 한편 아쉽다. 인구소멸위기에 진입한 제천에 문화 예술 공간을 짓는다면, 보통의 그저그런 공연장이 아닌 규모나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파격적인, 그래서 문화예술 불모지 제천의 이미지를 단번에 바꿔 놓을 수 있는, 그래서 제천 시민들의 자부심 뿐만 아니라다른 지역의 관심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공연장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쉬운 대로 이런 평범한 공연장이라도 생기는 게 어딘가 싶긴 하고.
올 여름 개관 예정인 제천예술의전당 뒷면(나 같으면 중앙대로 쪽을 정면 파사드로 했을 것 같지만, 뭐 사정이 있을 것이다)
무료로 선착순으로 입장하는 공연이어서 좀 서둘러 갔다. 어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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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씁니다. 죽을 거 같아서 쓰고, 살기 위해 씁니다. 예전엔 딸을, 지금은 엄마를 돌봅니다.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을 연구합니다. 잘 사는 기술과 잘 죽는 기술을 개발하고, 어쩌다 지방소멸도시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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