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집짓고 사는 법 - 집짓기의 서막 2

안군
안군 · 교육자이자 동네사람
2023/01/12
집짓기의 서막 2 

미국의 펑크밴드 라몬스(The Ramones)의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노래를 즐겨듣던 나는 꽤나 괜찮은 교사였다. 서머힐 학교의 설립자인 영국의 교육자 A.S 니일은 아이로 머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덧붙여 니일은 ‘선생님은 바보’라고 아이들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런 사람은 이거 바로 나 아닌가. 여전히 ‘잘 자란 ‘담임 어린이’를 보니 이제 졸업해도 되겠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는데(그러고 보면 대체 나는 얼마나 더 자라야 하는걸까). 문제는 내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것과 내 몸이 어른이 되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어른이 된 몸은 더 자라지 않았고 피곤만 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표정도 조금씩 기계적이었는데 이러다가 비관주의자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이쯤 되면 나라에서 연금을 두둑하게 주고 내보내 줬으면 좋겠는데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만일 직장을 그만 두게 되더라도 이 마을에 살게 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내 대답은 ‘아니오’. 

짝꿍과 오랜 얘기를 나눈 끝에 틈만 나면 전국을 유랑했다. 제주도도 가고 홍성도 가고 남도의 여러 섬도 다녔다. 서울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한번 서울을 벗어나니 다시 서울로 들어가기에는 현실적으로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생각보다 매력적인 도시와 마을은 많았다. 목포 유달산 자락도 좋았고 순천의 와온 바다도 좋았다. 남원의 산내는 산을 좋아하는 내게 동경의 마을이었다. 종종 마을카페에 일부러 놀러가기도 했다. 이 중 우리가 가장 눈여겨 본 마을은 강화도였다. 강화도에는 친구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국자와 주걱’이라는 작은 서점이 있었다. 우리는 종종 이 서점에 놀러가곤 했는데 새로운 정착지를 모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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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섹터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연구했습니다. 지금은 대안적으로 살아가기를 모색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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