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규모”가 전부가 아닙니다.
2021/10/14
플랫폼과 독점,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까요?
독점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닐까요?
경쟁만으로 플랫폼의 문제를 혁신으로 뒤바꿀 수 있다는 신기루. 이제는 버릴 때입니다.
평소보다 긴 호흡의 글입니다. 천천히 정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생각보다 재밌어요...아마도...)
l.
카카오가 난리입니다. 플랫폼의 독점 횡포다. 독점 기업의 갑질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플랫폼 기업을 말할 때, 그 가장 큰 문제점을 ‘독점’에서 찾습니다. 카테고리도 “카카오, 혁신인가요 독점인가요?”네요. 그럼 제가 맘대로 질문을 뒤집어 보겠습니다.
플랫폼 기업은 독점일 경우만 문제인가요? 플랫폼 기업이 과점 내지는 경쟁시장으로 운영된다면, 특별한 규제 없이도 모범적으로 잘 굴러갈 수 있나요?
플랫폼 기업의 진짜 문제는 독점이 아닌 소비자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플랫폼의 규모가 독점 수준이 아니더라도, 일단 어느 정도의 소비자 수를 확보한 이후라면 생산자는 플랫폼이 보유한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반드시 그 플랫폼을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구조 자체가 플랫폼 기업이 갖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 와중에 독점이면 진짜 큰일이 나버리는 거구요. 독점이 아니라고 만사 오케이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일단 간단하게 구분해야 할 유개념이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a.k.a. 시지남용)’과 ‘거래상지위의 남용(a.k.a.거지남용)’이 있는데요. 혼동해서 사용하지만 아주 다른, 그래서 중요한 개념입니다. 거칠게 단순화해서 설명하자면,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은 ‘독점유지행위’이고, 거래상지위의 남용은 ‘갑질’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쉽습니다.
II.
광진구라고 합시다. 소주라고 해보죠. 광진구 자영업자들의 90%가 소주를 ‘곰돌소주’라는 회사에서 구매한다고 해보자는 겁니다. 우리 공정거래법은 1개 기업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독차지하고 있을 경우, 그 기업에게 ‘시장지배력’이 있다고 당연추정합니다. 따라서 곰돌소주는 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