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인간 없는 영화의 시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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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4

〈오펜하이머〉의 개봉에 앞선, 놀란에 대한 단상〈오펜하이머〉

출처:네이버 영화 출처 :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올해 7월, 크리스토퍼 놀란의 12번째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 예정이다. 이 영화가 핵무기를 개발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영화라는 것이 공개된 후로 화제가 되었다. 우선 그가 주로 다룬 SF가 아닌 실화 영화를 연출했으며 오펜하이머가 문제적인 인물이라는 것이 첫 번째 흥미로운 지점이다. 여전히 과학과 윤리를 논할 때마다 사례로 언급되는 오펜하이머를 놀란이 어떠한 이야기를 풀어낼지 잘 가늠이 안 되어서 더욱 그러하다. 두번 째로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맷 데이먼, 플로렌스 퓨 등 할리우드 올스타라고도 할 수 있는 화려한 배우진도 화제가 되었다. 〈오펜하이머〉의 캐스팅은 그의 친구인 드니 빌뇌브가 만든 〈듄〉의 캐스팅과 비교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화제인 진짜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오펜하이머〉가 크랭크인한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인터넷에서는 이 영화를 소재로 한 온갖 짤방이 유행했다. 만일 놀란이 핵 실험 장면을 삽입한다면 진짜로 핵폭탄을 터뜨릴지도 모른다는 가정에서 시작한 것이다. 황당무계한 발상이지만 왜인지 놀란이라면 진짜로 할지도 모른다는 대중의 집단무의식이 짤방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짤방은 놀란의 개성을 한껏 드러낸다. 놀란은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듯이 여전히 필름과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드문 감독이다. 첫 영화부터 지금까지 그는 CG를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심지어 〈인셉션〉이나 〈인터스텔라〉 등 SF 장르에서도 CG를 쓰지 않으며 꿈과 우주를 그려냈다. 핵 실험에 CG를 쓰지 않는다면  진짜 핵탄두를 터뜨린 것을 찍을 것이라는 밈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20세기의 고전적인 연출을 고집하되, 그것으로 최첨단의 영화를 찍어서 대중을 설득할 힘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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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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