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범죄 뉴스들은 왜 무의미한가

박현우
박현우 · 헬조선 늬우스 대장
2023/05/15
어떤 범죄가 이슈가 되면 비슷한 범죄들이 뉴스화되고는 합니다. 범죄는 원래 그랬던 것보다 많이 노출되죠. 더 많은 범죄 뉴스는 그 범죄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전달줄 뿐, 범죄가 전보다 많이 발생했다는 걸 확인시켜주지는 않습니다. 기자들이 생각하는 ‘팔리는 뉴스'에 따라-유행에 따라 어떤 범죄는 뉴스화되고, 뉴스화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비단 팔리는 뉴스의 유행에 따라서만 만들어지는 기사의 양이 변하는 건 아닙니다. 페미니즘이 이슈가 되고 기자들의 젠더감수성이 전보다 개선됨에 따라 여성 차별을 다룬 기사들도 늘어났습니다. 전에는 문제로 치부되지 않았던 것들이 문제로 여겨지면서 기사화가 이루어지는 거죠.

수많은 범죄 뉴스에 더 자주 노출되면 우리는 범죄가 전보다 늘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책 “팩트풀니스”에서 작가는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데 사람들은 부정적인 뉴스에 현혹되어 세상을 보다 부정적으로 인지한다고 주장합니다. 문제 없는 상태는 기사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가령, 평화는 기사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쟁은 기사가 되죠. 싸우지 않는 두 사람의 연애는 기사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죽이고 토막내면 기사가 됩니다.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할만한 문제가 기사가 되고는 하니 문제 없는 상태는 덜 부각되고, 사람들을 분노케 할만한 사건들이 부각됩니다.

작가는 언론의 이런 경향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부정적인 것을 다루는 것은 언론의 오래된 경향이기도 하고, 문제를 다뤄야 해결될 실마리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보도하지 않고 덮어둔다고 문제가 자연스럽게 나아지지는 않을 겁니다. 또, 시민들이 특정 범죄에 분노하게 되면, 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힘이 더 빠르게 모일지도 모르죠. 

 언론이 특정 사건을 보도한다는 건 그 사건이 드디어 문제로 인지될 정도로 시민 사회가 예민해졌다는 것을 결과적으로 보여주지만, 기사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기도 합니다. 흥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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