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가는 변화는 어떻게 가능한가_더크라운과 로벤스 보고서

조성주
조성주 인증된 계정 · 변화의 가능성
2022/12/20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일생을 소재로 영국 현대사를 다룬다. 영국 특유의 다소 딱딱하면서도 우울한 분위기가 드라마 전반에 흐르지만 <빌리 엘리어트>, <더 리더 : 책읽어주는 남자> 등의 명작을 연출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날카로운 연출과 문제의식이 빛나는 ‘정치 드라마’의 수작이다.
 
<더 크라운> 시즌3는 1960년대에서 70년대까지를 배경으로 하는데 해당 시즌의 세 번째 에피소드는 1966년 영국 노동당 집권 시기에 사우스웨일스 에버밴(Aberfan)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고 ‘애버밴 석탄폐기물 산 붕괴사고’를 다루고 있다. 시작부터 사고는 반드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처럼 석탄산과 작은 마을을 둘러싼 ‘불길함’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데 사고의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무언가 일이 터지겠구나 하고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영국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고로 일컬어지는 에버밴 석탄쓰레기 산 붕괴사고와 그 이후를 보여준다.
1966년 10월 22일 영국 웨일스 에버밴. 연합뉴스
1966년 영국 사우스웨일스의 에버밴이라는 인구 5,000명 규모의 마을에서 일어난 사고는 50년이 넘은 지금도 전 세계의 산업현장, 학계, 법정 등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어린이 116명, 성인 28명 총 144명의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사망한 비극적 사고 이후 영국사회가 산업현장의 노동자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고, 6년이 지난 1972년 ‘로벤스 보고서’라는 결과를 낳았다. ‘로벤스 보고서’는 영국의 산업안전보건법 제정 및 산업안전청 설립, 그리고 노동안전 패러다임을 처벌과 규제 중심의 제도가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과 기업가의 참여와 권리확대로 변화시켰다. 영국은 당시만해도 매년 1,000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던 위험한 국가에서 가장 모범적인 노동안전보건체계를 갖춘 국가로 탈바꿈했다. 얼마 전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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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동, 사회에 대한 글들을 주로 씁니다. 서울시 마포 합정동에 있는 사단법인이자 정치전문서점인 '정치발전소'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정치발전소 홈페이지 https://www.powerplant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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