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는 투명인간이 산다 : 누가 그녀들을 지웠나

이현주 · 사사롭고 소소한 이야기를 짓습니다.
2022/08/29
명품샵과 국제 금융사들이 즐비한 홍콩의 중심가 센트럴 거리.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회사원들과 쇼핑을 즐기는사람들로 늘 붐비는 이곳이, 일요일이면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들로 가득 찬다. 바닥에 상자를 깔고누워 낮잠을 자기도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기도 하며 길거리에서 하루를 보내는 그녀들. 누구일까? 무슨 이유로 낯선 홍콩 땅에서 살고 있는 걸까? 도대체 왜 거리에 나와 있는 걸까? 

   그녀들은 외화를 벌기위해 고국을 떠나 온 가사 도우미들다. 헬퍼라고 불리는 그녀들의 수는 약 39만명, 홍콩인구의 무려 5%에 이르는 숫자다. 자녀가 있는 세 가정당 한 명 꼴로 있는 셈이다.

   한 달 기본급은 한화로 약 80만원 정도. 홍콩의 최저 임금보다 낮은 인건비이지만, 본국에선 대가족을 먹여 살리고도 남을만한 큰 돈이라고 한다. 헬퍼들은 외화를 벌고 홍콩 사람들은 저렴한 인건비로 가사에 도움을 받으니, 언뜻 나쁘지 않은 거래 같아 보인다. 그런데 한 겹만 살짝 들추어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헬퍼 제도는 ‘현대판 노예제’라고도 불린다. 노예라고 불리울만큼 부당한 처우가,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고 있는 것이다. 

   그녀들은 반드시 고용주의 집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 빛도 거의 들지 않고, 싱글 침대 하나도 안 들어 갈 만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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