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버린 등용문 – 프로복싱 신인왕전의 추억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2/12
사라져 버린 등용문 – 프로복싱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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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늘 말씀하셨죠. 인생은 초컬릿 상자 같은 거라고. 뭘 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명대사입니다. 요즘 출퇴근길명 차 안에서 이 명대사의 일각을 소소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플레이리스트에 때려넣어 둔 수백 곡의 음악들, 가요, 클래식, 영화음악, 팝송, 과거 민중가요 등등을 랜덤으로 걸어넣고 듣기 때문이죠. 운명 교향곡 뒤에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나오고, 영화 <신세계>의 주제음악 후에 DJ덕의 <DOC와 춤을>이 흐르면 쿡쿡 웃으며 다음을 기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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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며칠 전 아침에는 언제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었는지도 가물가물한 클래식 행진곡 하나가 귓전을 때렸습니다. <상브르와 메즈 연대 행진곡>이죠. 1879년 작곡가 로베르 플랑켓이프랑스가 망신을 당한 보불전쟁 때 쓰여진 가사에 곡을 붙인 것인데 정작 상브르와 메즈 연대는 보불전쟁 때는 흔적도 없었던, 그로부터 80여년 전 프랑스 혁명 후 오스트리아와 싸웠던 부대입니다. 그리고 따지고보면 상브르와 메즈 지역은 이 곡이 쓰여질 당시에는 프랑스 땅도 아니었지요. 어쩌면 신생국 프로이센에 참담하게 깨진 프랑스 사람들은 이 곡을 들으며 상브르와 메즈를 포함한 더 넓고 컸던 시절을 회상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의 국뽕과는 별도로, 제게도 이 곡은 너무나 친숙하고 오만가지 추억을 불러일으킵니다. 어린 시절 MBC 스포츠, 특히 MBC 권투의 타이틀 음악이었기 때문이죠. 7~80년대 프로복싱은 오늘날의 프로야구는 몰라도 프로축구보다는 훨씬 더 인기 있고 사람들을 들었다놨다 했던 인기 종목이었습니다. 동양타이틀전이든 세계타이틀전이든 다른 나라 선수들끼리의 시합이든 상브르와 메즈 연대 행진곡과 아울러 ‘MBC권투’의 자막이 주먹만한 글자로 흑백과 컬러TV화면에 박히면 제 가슴도 덩달아 뛰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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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세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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