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석
남궁석 · SLMS
2023/01/20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것이 쉽게 풀기 어려운 ‘세기의 난제’ 로 알려진 지 몇십 년이 된 2010년경에 의외로 엉뚱한 분야에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언뜻 보기에는 단백질 구조를 푸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어보이는 다른 인접 학문분야에서의 발전에서 기인한다.

DNA 시퀀싱 기술의 발전에 의한 단백질 서열 정보의 증가

과학.기술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어떤 특정한 분야가 발전하게 되면 여기에 영향을 받아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의 발전이 촉진되는 경우가 종종 존재한다. 가령 1990년대 후반에 3D 게임의 등장에 따라서 3D 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한 노력들이 GPU 라는 것을 만들었고, GPU가 3D 그래픽 처리 이외에도 행렬연산 등을 CPU에 비해서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 과학기술분야의 계산에도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이는 2010년대 이후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의 물적 기반이 되었다.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세기의 난제’ 역시 직접적으로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DNA 시퀀싱 기술의 발전에 의해 크게 변화하였다. DNA 의 시퀀싱 기술, 즉 DNA에 수록되어 있는 정보를 읽어내는 기술은 21세기 초, 급속하게 발전하였다. 이는 2003년에 일단락된 인간 DNA 속의 모든 정보를 읽어내겠다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 (Human Genome Project)의 산물이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를 완수하려면 20억 글자에 달하는 인간 DNA의 정보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기술이 있어야 했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일단락되서 인간의 표준 유전체 지도가 완성된 다음에는, 인간 사이의 유전 정보 차이가 질병과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기 위하여 개인의 유전 정보를 빠르게 결정하려는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었다. 이렇게 주로 인간 DNA 의 정보가 궁금해서 개발된 DNA 시퀀싱 기술은 인간 이외의 지구상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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