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여자들기록팀] 이기지도 지지도 않을 군산의 싸움-2

싸우는여자들기록팀
싸우는여자들기록팀 인증된 계정 · 싸우는 여자들에 대해 씁니다.
2023/11/15
이기지도 지지도 않을 군산의 싸움-2
평화는 바람처럼 분다고 믿는 ‘오이’의 이야기

글쓴이. 누리

글쓰기를 전공했고 주로 소설 비평을 공부했으나, 또 다른 분야로도 비평의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유연하지만 정확한 비평을 위해 부지런히 묻는 쓰기를 추구한다. 내부에 갇혀 있지 않고 외부에만 머물지 않는 질문을 고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목소리가 파생되는 여러 관계에서 함께 대화하고 행동하며 살고자 한다. 
끝나고도 끝나지 않는 시간

잼버리의 후폭풍으로 어지러웠던 8월이 지나가고 오이와 다시 한번 만났다. 오이는 착잡해 보였다. 

“거기가 굉장히 광활하게 다 트여 있었지만, 날이 뜨거우면 어디서든 움직이기가 힘들잖아요. 하물며 다 뚫려 있는데도 들어가면 못 나오는 곳이었으니, 멀리서만 보는데도 진짜 위험하다고 느꼈어요.”

야영장 곳곳에는 앞선 장마의 여파인 물웅덩이가 넘쳐났고, 기록적인 폭염을 피할 나무 그늘 하나 없었다. 잼버리가 끝나고도 달라진 건 없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온갖 생태계의 터전이었던 갯벌은, 바다를 인위적으로 메워버린 뒤로 물이 잘 빠지지도 나무가 자라지도 않는 죽은 땅이 되었다.

잼버리가 끝나고도 새만금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끝날 수도 없는 까닭이다. 정부가 전북에 잼버리의 책임을 물어 새만금 사회간접자본 사업 예산 삭감을 발표했을 때, “전북 죽이기”에 반대하는 지역 의원들은 국회 앞에서 집단 삭발을 치렀다. 반면에 “새만금을 살려내라”, “새만금은 죄가 없다”, “예산독재 규탄한다”로 이어진 삭발식의 구호를 지적하는 목소리들도 있었다. 그들은 도에서 살려내려는 게 새만금 땅이 아니라, 잼버리 직전까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새만금신공항’ 사업이라고 했다.

“정부가 새만금 전체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며 제동을 걸었죠.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잼버리 사태에 나타난 새만금 개발 문제를 제대로 숙고해야 하는데, 정부가 지역에 도전한다고만 받아들이는 반응이 안타까워요. 잼버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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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위치에서 싸워온 (여)성들의 ‘싸움’을 여러 각도에서 담아 세상에 전하고자 모인 프로젝트 팀입니다. 여덟 명의 필자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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