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LED의 파산, 그리고 반복되는 일본 정부의 삽질

권석준의 테크어댑팅 인증된 계정 · 첨단과학기술의 최전선을 해설합니다.
2023/03/29
일본 반도체 산업은 현재 종합반도체 업체라 부를 수 있는 회사가 사실상 전무할 정도로 전성기에 비하면 많이 쇠락한 상황이다. 물론 여전히 반도체 산업의 허리에 해당하는 이른바 소부장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의 실력은 탄탄하며,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론트 단에서 이를 소비할 대형 제조 기업이 거의 없다는 것은 일본의 산업 생태계 입장에서는 취약한 부분이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쇠락의 길을 밟아 나갔지는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신 분들은 베스트셀러...(라고 부르고 싶지만 아직은 갈길이 먼) '반도체삼국지' 1장을 읽어 보시면 된다. 읽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책의 1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일본 정부의 개입에 의한 삽질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 정부는 (더 정확히는 대장성-경제산업성)는 과거 엘리트 관료 정책으로 산업 정책 (industry policy)을 드라이브하여 키운 경험과 전통, 그로 인해 2차대전 패전 후, 잿더미의 나라를 다시 선진국 레벨로 진입시켰다는 자신감이 여전히 강력한 집단이다. 그래서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제조업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는 특히나 더 신경을 쓴다. 한 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점유율을 자랑하던 메모리반도체 DRAM 시장에서도 일본 업체들이 1990년대 들어 조금씩 삼성이나 하이닉스 (당시 엘지반도체와 현대전자) 같은 한국 기업들의 추격을 받자, 일본 정부가 어김없이 개입하여 여러 번에 걸쳐 무리수를 두었다. 그것이 바로 강제적인 구조조정과 이른바 '관민펀드' 조성이다. 물론 여러 회사들이 공멸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각 회사의 강점만 살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재탄생시킨다는 취지는 일견 바람직해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조직이 살아남는 경우는 대부분 bottom-up 방식, 즉, 회사들이 스스로 그 필요를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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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고 방법을 토대로 자연과 사회를 해석합니다. 반도체, 첨단기술, 수학 알고리듬, 컴퓨터 시뮬레이션, 공학의 교육, 사회 현상에 대한 수학적 모델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반도체 삼국지 (2022)', '호기심과 인내 (2022, 전자책)'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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