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일상, 어쩌면 이미 '우리를 둘러싼 디스토피아'
2022/02/20
장면 하나. 약 1년 전 2021년 3월, 케이블티비 E채널 ‘노는언니’에 당구선수 스롱 피아비가 출연했습니다. 박세리 한유미 등 고정 출연진 여성 스포츠스타들에게 당구를 가르치는데 피아비의 얼굴 피부가 많이 상했다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깨끗하고 고운 피부였던 피아비의 얼굴이 왜 저런가. 마스크를 쓴 채로 하루에도 열시간 이상 매일 당구 연습과 훈련을 한다는 피아비. 얼굴 피부가 상한 건 마스크 탓, 아니 코로나 확산 탓이었던 거죠. 코로나시대, 빈틈 없이 마스크를 쓰고 하루 대부분 훈련에 임하는 스포츠스타의 태도는 그야말로 프로페셔널이라 할만 했습니다. 얼굴 피부가 상할 정도로, 그렇게까지나 철저하구나 싶었죠.
피아비의 프로페셔널한 태도에 감탄하던 1년 전, 이때만해도 ‘코로나시국’이 조만간 머지않아 끝나지 않을까 했더랬습니다만. 3년째 마스크의 일상이 이어질 줄이야 알았겠습니까.
가로등 불빛과 주택 창으로 나오는 불빛들 말고는 아무 흔적도 없고, 길에 오가는 사람도 없는 늦은 밤에,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저 멀리에도 사람이 없는 그 밤에, 저는 혼자서 꾸역꾸역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었던 거죠.
호흡기 감염이니 비말 확산이니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인적 없는 밤거리에서조차 홀로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니, 마스크를 쓴 채 살아가는 일상이 이렇게나 자연스러워진 건가,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였던 거죠. 그러고보면 언제였더라, 마스크를 쓴 채 세수를 하려고 세면대에 손을 담그던 날도 있었더랬습니다.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혼자서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었다니, 이 무...
동네기자 정용재입니다. 통영 중심 경남 기반 로컬미디어 인터넷신문 '문화마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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