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아에오(15)] 지칠 수 밖에 없는 현실, 상담으로 풀기.

케이크여왕
케이크여왕 · 평범함을 꿈꾸는 엄마
2024/03/31
느린 첫째가 초등학교에 간 뒤, 신청하라고 하는 것들은 모조리 다 신청을 했다. 그중 하나가 학부모 상담이었다. 정말 별생각 없이 신청을 했기에 가서 뭘 하는지도 잘 모르고 매주 특수교육지원청으로 갔다. 그때는 학교에서 뭔가 하라고 하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다 했다. 내가 모르는 아이에 관한 정보들을 들을 수 있을까 해서 그랬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모 상담이 나를 위한 상담이 아니라 아이의 상태를 점검하는 상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고 보니 아니었다. 이번 상담은 부모의 심리 안정을 위한 상담이었다. 내가 상담의 내용을 착각하고 왔다는 걸 알고 상담사가 상담을 더 진행할 것인지 멈출 것인지 선택하라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오~ 이런거 해본 적이 없는데 행운인걸?이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막상 크게 괴로운 점은 없었지만 일단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래서일까. 초반의 상담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힘든 것을 토로하기보단 ‘이번 주도 아이가 좋아졌어요’가 나의 고정 멘트였기 때문이다. 몇 번의 상담 뒤, 내가 너무 해맑아서 걱정된다며 상담 선생님이 검사지를 들고 오셨다. 발달장애 아동을 가진 엄마들은 상담하면서 엉엉 울고 갈 정도로 힘든 경우가 많은데 내가 너무 밝아서 이상하다고 한번 해보자고 하셨다. 검사 결과, 나는 그저 긍정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는 중이라고 나왔다. 오~ 내가 스트레스에 강하지, 난 그냥 해맑은 인간이로구나!라고 생각하며 넘기려고 했는데 아니었다. 그때부터 나는 무시무시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시작됐다. 
   
전문가는 역시 전문가였다. 상담 선생님은 몇 차례의 상담 후에 내가 부정적인 감정을 얼려버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내셨다. 보통 억울한 일을 당하면 화를 내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마저 내가 웃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것 같다. 나는 화를 거의 안 낸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일단 수습을 해야 하니까,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말을 아끼고 일단 수습하는 데에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내 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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