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궁에 미레나를 넣었다

김윤
김윤 · 마음 가는대로 읽고 쓰고 있습니다.
2024/05/03

 워킹맘이었던 시절 나의 하루는 이른 오전 6시 30부터 시작되었다. 출근 준비를 하고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아기띠에 조심스럽게 매달고 친정집으로 향한다. 회사 가방 그리고 아이의 짐까지 양손을 무겁게 한 채로. 7시 30분 친정 엄마는 늘 아파트 입구까지 나와서 아이를 받아갔다. 아이가 생후 90일이었을 때부터 만 5세가 될 때까지 우리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오후 6시 퇴근을 하고 곧장 친정집으로 달려가 다시 아이를 받아왔다. 집으로 데려가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놀다가 재웠다. 사계절을 다섯 번 지내면서 달라진 건 아이가 자랐다는 사실 뿐 우리는 늘 시간과 돈에 쪼달렸다. 
   
   
출처 : 제로퍼제로


“둘째 안 낳아요?” 
친한 사람, 그냥 아는 사람, 길을 걷다 만난 모르는 사람들, 그들은 틈만 나면 나보고 둘째는 안 낳냐고 물었다. 단순히 궁금해서 혹은 인사치레로 물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그냥 말을 걸고 싶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사람들은 자꾸만 물었다. 그럴 때마다 “안 낳아요.”라고 답했다. 아이는 축복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애는 많을수록 좋아, 적어도 둘은 있어야 해, 한 명 더 낳자, 오예 랄랄라!” 하며 덜컥 임신을 해버릴 수는 없다. 청춘의 한 부분을 떼어내어 한 생명을 오롯이 감당하는 일. ‘한 번 해봤으니 두 번째는 더 쉬울 것이다’가 아니라, 한 번만으로 기진맥진해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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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 여자, 삶이 이어진다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이야기를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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