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권토중래의 꿈 (FIN): 래피더스의 예정된 결말, 그리고 숨겨진 반전의 요소
2023/01/20
지난 글에서는 일본의 래피더스의 미래가 밝지 않음을 이야기했다. 기술적 격차는 물론, 반도체 제조업의 특성상 초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시설투자비용 (CAPEX)을 조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업은 흑자와 적자 모두 언제든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는데 수백, 수천 억원 규모의 적자가 연속으로 발생하기 시작하면 시장점유율 하락은 물론 벌어지는 기술 격차를 따라잡을 가능성이 작아진다. 그리고 종국에는 자의반타의반 구조조정의 격류에 휩싸이는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이는 한국 기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다만 래피더스는 이미 일본이 과거 반도체 산업의 구조조정의 실패 사례가 명확한 레퍼런스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눈에 띄는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며 제조업 구조의 재편을 계획했는데, 국가 차원에서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선택된 것 중 하나가 반도체 산업이었다. 일본 정부는 관-민 협의체를 출범시켜 자국의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첨병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일본의 주요 반도체 회사들은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여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 압도적인 성능과 수율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석권한 역사가 있다. 그렇지만 1986년 제1차 미-일 반도체 협정과 삼성전자 같은 후발 주자들의 맹추격, 그리고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글로벌반도체 산업의 분업 구조가 대세가 되고, 2000년대 들어 자유무역주의가 횡행하면서 일본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지배력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1980-1990년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던 자국의 반도체 산업이 몰락하는 것을 좌시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일본의 전자회사들이 글로벌 반도체회사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혁혁한 공이 있었기 때문에,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게 놔둘리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70년대 일본 반도체 산업이 세계 시장...
일본 정부는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며 제조업 구조의 재편을 계획했는데, 국가 차원에서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선택된 것 중 하나가 반도체 산업이었다. 일본 정부는 관-민 협의체를 출범시켜 자국의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첨병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일본의 주요 반도체 회사들은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여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 압도적인 성능과 수율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석권한 역사가 있다. 그렇지만 1986년 제1차 미-일 반도체 협정과 삼성전자 같은 후발 주자들의 맹추격, 그리고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글로벌반도체 산업의 분업 구조가 대세가 되고, 2000년대 들어 자유무역주의가 횡행하면서 일본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지배력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1980-1990년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던 자국의 반도체 산업이 몰락하는 것을 좌시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일본의 전자회사들이 글로벌 반도체회사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혁혁한 공이 있었기 때문에,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게 놔둘리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70년대 일본 반도체 산업이 세계 시장...
과학적 사고 방법을 토대로 자연과 사회를 해석합니다. 반도체, 첨단기술, 수학 알고리듬, 컴퓨터 시뮬레이션, 공학의 교육, 사회 현상에 대한 수학적 모델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반도체 삼국지 (2022)', '호기심과 인내 (2022, 전자책)'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