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연구비의 역사 (6) - 한국의 과학 연구 지원

남궁석
남궁석 · SLMS
2023/12/12
지금까지 알아본 과학 연구비의 역사는 어디까지나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의 경우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과학기술 연구의 역사가 일천한 한국의 경우 이러한 발전 과정과는 많이 상이한 과정을 통하여 국가에 의한 과학 연구 지원구조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번에는 어떤 과정을 통하여 한국에서 국가에서 과학을 지원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는지를 알아보도록 한다.

산업응용 기술 개발을 위하여 시작된 국가 주도 R&D

식민지배로부터의 해방과 이어진 전쟁으로 피폐해진 한국에서의 과학기술 연구는 곧 응용과학/기술 연구로 보아도 크게 과언이 아닐 만큼 경제 개발을 위해 빈곤을 탈출하는 분명한 목표를 가진 연구였으며, 이를 위해서 정부는 산업화/공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과학기술의 기반이 없는 국가에서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결국 해외 기술을 도입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단순히 해외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공업화가 불가능했으며, 도입된 기술을 소화하고 이를 자체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했다. 과학기술 선진국들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때로는 이를 위하여 새로운 지식을 발굴하는 기초과학의 영역에도 발을 들였던 것과는 달리,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는 이미 선진국에서 개발되어 양산되는 제품을 빠르게 국산화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는 ‘추격’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미 국가의 별다른 지원을 받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연구 개발을 추진할 여력이 있었던 서구의 기업과 달리, 영세한 규모였던 한국 기업들은 기술 개발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기가 어려웠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 KIST를 효시로 정부출연연구소들을 설립했으며, 이 수는 1981년 9개에서 1996년 21개로 늘었다. 또한 과학기술행정을 총괄하는 정부 부서로서 1967년 과학기술처를 설립하였으며, 과학기술처는 정부에서 주도되는 과학기술 개발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 1970년대까지의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은 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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