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전임자의 편지[3] :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선물

밤바다
밤바다 · 경계인
2023/09/18
   
임기를 시작하고 이튿날.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데 같이 일하는 사무국장이 말합니다.

“L 부장님, 상을 당하셨다는데요?”

안 그래도 노동조합 전임자를 시작한 첫날은 모두 처음 겪는 일투성이였습니다. 저보다 선배인 팀장, 국장님들로부터 경어를 듣는 것부터 시작해서 하루 전부가 회의로 채워진다는 것, 그리고 그 회의에서는 이전과는 다르게 내 말이 중요성을 가진다는 것이 어색하고 낯설었습니다. 

이러다보니 둘째 날의 출근길은 18년간 다녀왔던 일터가 아니라 새로운 일터에 출근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 오늘은 또 무엇을 새롭게 고민해야 할까, 걱정 아닌 긴장감이 적절한 출근길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언젠가는 조합원의 조사를 챙겨야 할 일도 올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약간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간 친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문상을 건너뛰고 부의만 하는 편을 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데다 슬픈 이들에게 적절히 건넬 말을 아직까지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되도록이면 그런 날이 늦게 찾아오기를, 노동조합 업무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만나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둘째 날에 찾아오다니요. 게다가 지사에 계신 조합원이었습니다. 만나 뵌 적이 있는지도 불확실한 분이었습니다. 상가가 어느 지역인지부터 물었습니다. “대구라고 합니다.” 그렇게 저의 둘째 날 대구행이 결정되었습니다.

동대구역에 내려 지하철을 탔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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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의 아빠, 노동조합 지부장, 법학박사, 작가. 지은 책으로는 <우리의 시간은 공평할까>, <저는 육아휴직 없는 맞벌이 엄마입니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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