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일기, 그림 읽기

찬찬
찬찬 · 찬찬히, 천천히
2022/08/20
 거리 곳곳에 책가방을 든 학생들이 보입니다. 벌써 개학한 학교들이 있는 지 거리가 북적댑니다. 어릴 때도 느꼈지만 늘 방학은 짧기만 하고, 개학 날짜는 눈 깜짝할 사이 코 앞으로 다가옵니다. 이제는 학생보다는 교사에 더 감정이입하게 된 이십대 후반의 저도(실제로 교사가 되어 학교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있으니 교사에 감정이입한다는 말이 맞을 겁니다.) 방학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면 여전히 설레고, 신나고, 때로는 그리워집니다.

 '여름방학'이란 단어는 그 중에서도 유난히 더 많은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쨍쨍 내리쬐는 날씨, 쏟아질듯이 자라난 초록 나무와 색색의 꽃들, 계곡에서 물놀이를 마치고 먹는 수박 같은 것들이 여름방학 속에 있어서일까요. 재작년에는 <여름방학>이라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방영된 걸 보면 많은 이들이 여전히 여름방학을 사랑하는 듯 합니다.
(청도=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대구·경북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15일 경북 청도 운문사 인근 계곡에서 휴일을 맞아 계곡을 찾은 나들이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2022.8.15
그처럼 풍성한 기억들을 품은 여름방학, 여러분은 그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곧바로 떠오른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림일기' 입니다. 여름 방학이 끝나기 며칠 전, 밀린 그림 일기를 몰아 써본 적이 있으신가요. 네모나게 나뉘어진 칸이 페이지 아래를 차지한 일기장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습니다. 그 날의 가장 인상 깊었던 풍경을 그림으로 옮길 수 있다는, 그림 일기만의 독특한 매력도 기억에 짙게 남아있습니다. 
 
  비가 폭탄처럼 쏟아지는 요즘, 학생들은 그림 일기에 어떤 그림을 그릴까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흐린 하늘과 울상을 짓는 얼굴이 그려져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밖에 나가지 못해 집 안 풍경과 컴퓨터 화면 속 마스크를 쓴 친구들의 얼굴이 담겼을까요. 누군가는 위의 사진처럼 야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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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걸 좋아합니다. 소심하고 느립니다. 문학, 음악, 스포츠 속 이야기를 애정합니다. 혐오와 차별, 불평등, 각자가 처한 괴로움에 관심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더 많은 이들이 연결되고, 서로를 알아야 행복한 사회가 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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