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최고의 플렉스라면..

김경주
김경주 · 오래 마음에 남을 이야기를 쓰고싶어요
2023/11/30
중학교 3학년때였던 거 같은데, 어느날 함께 시장에 다녀오는 길에 은행에 들르신 엄마가 지로용지로 어딘가에 돈을 송금 하시는 걸 보게 됐어요.
제 기억으로 몇군데에 적지않은 금액을 보내시길래 궁금해서 뭐냐고 여쭤봤더니 엄마가 그러셨어요.
너희처럼 예쁜 애들 잘 크라고 쬐금 도와주는 거라고요.
지로용지라는 것도 그때 처음 보았고,
소액 기부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어요.
평소에도 엄마는 소록도의 문센병 환우들이 자립을 위해 직접 만들어 팔던 양말이나 내복등 의류소품들을 애용하고 계셨고(도움 주려고 샀지만 물건이 정말 좋아서 엄마가 더 이득이라고 늘 강조 하셨죠), 동네 입구 시장에 가면 꼭 구석진 자리에서 팔고계신 할머니들의 채소를 듬뿍 사오시곤 했어요.
엄마와 함께 다니면 유난히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을 곳곳에서 만나곤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주저 없이 다가가 손길을 내밀어주셨어요.
나중에 생각 해보니 엄마와 있을때 유달리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난 게 아니라 엄마가 늘 주위를 살피며 마음을 쓰고 계셔서였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친한 이웃 분들이 처음에 말 못하는 사람인줄 알았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말이 없으시고 부끄러움도 많으신 편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누군가를 돕는 일에는 거리낌도 없으셨고 늘 솔선수범 하셨어요.
하지만 저희가 묻기 전에는 기부에 대해서도 먼저 얘기 하시거나 권유 하신 적은 없었구요.
어른이 된 후에 생각 해보니 엄마가 그렇게 조용한 선행을 해오셨던 점이 저에게 기부를 더 좋게 인식할 수 있게 만들어준 거 같기도 합니다.
첫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부터 엄마가 생활비를 쪼개서 보내셨던 몇군데 지로용지 기부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하나씩 제 몫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잘한 소액 기부로 저도 누군가를 돕기 시작하...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아이들을 사랑하고 푸른 바다를 그리워하며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착하게 살아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작은 선의와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사랑과 나눔과 오래 읽혀질 좋은 글을 남기고 싶습니다.
11
팔로워 9
팔로잉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