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약 당첨 이후에도 뽑기는 계속된다
2024/01/08
텅 비어 있는데요?
도시가스를 연결하기 위해 오신 직원분의 말을 단박에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인생이나 삶에 관한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도, 직원분은 정말 말 그대로 텅 비어있는 걸 바라본 얼굴 표정이었다.
네...? 뭐가요?
여기 뒤쪽을 보세요.
뒤쪽을 확인한 순간 정말 텅 비어 있는 공간을 목격했고, 내 머리도 텅 비어지는 느낌이었다. 이후 나와 직원분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고, 어이없는 웃음을 함께 터트렸다.
2023년의 끝자락, 다행히 추위가 한풀 꺾인 날 이사를 했다. 아침부터 서둘러서 짐을 바리바리 챙기고 빼먹은 거는 없는지 두 번, 세 번씩 확인했다. 짐이 없어 용달을 불렀고 1톤 트럭에 가득 실리는 양이었다. 나는 미리 이사 갈 집으로 가서 용달 직원분들이 짐을 내릴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다. 용달 직원분들이 짐을 들고 헤매는 일이 없도록 미리 내려놓을 곳을 와이프와 결정해 놓았고, 나는 그걸 실행했다. 직원분들은 전문가답게 큰 박스들을 턱턱 내려놓으셨다. 나는 테이프를 뜯어 안에 든 짐을 꺼내고 박스를 접고 현관에 내놓는 것을 거들었다.
이삿날은 참 정신이 없고 바쁘다. 그래서 놓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 일정을 계획해 놓았다. 오전에는 이렇게 짐을 내린 후 어느 정도 정리와 간단한 청소를 해놓고, 오후에는 냉장고 등 가전 설치, 도시가스 연결, 인터넷 연결, 책상과 책장 기사님 방문 등이 예정돼 있었다. 다행히 짐이 많지는 않아서 생각했던 시간보다 일찍 끝났다. 이제 가구들이 들어오면 거기에 맞게 착착 넣어두면 정리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는 널브러진 짐 사이에 털썩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입주민 단체 카카오톡방에서는 끊임없이 입주민들이 정보 공유와 하자 등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 5분만 쳐다보지 않고 있어도 금세 1000개가 넘게 쌓인다. 하나하나 읽기 귀찮아서 스크롤을 슥슥 내리다가 나에게 필요한 정보나 꽂히는 부분이 있으면 잠시 멈춰 집중해서 읽었다.
가장 자주 올라오는 건 아파트 하자 관련 내용과 직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