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거부하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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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4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03년생 이유리씨는 남편을 따라 시골로 왔지만 창살없는 감옥에 갇힌 것만 같다. 남편은 하루종일 농사 짓느라 바쁘고, 생후 15개월 아들과 집에 남겨진 유리씨는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지난 10일 방송된 MBN <고딩 엄빠3>에서는 어린 부부의 대화 단절 문제가 조명됐다. 단순히 대화가 좀 부족한 수준을 넘어 투명인간 취급을 받은 아내가 야반 도주를 감행하다 파국을 맞았다. 물론 해피엔딩으로 귀결됐고 남편의 무심함에도 나름의 배경이 있었다.
▲ 부부간의 대화가 아예 안 된다고 말하는 이유리씨. <사진=MBN 캡처>
유리씨는 3살 연상 남편 박재욱씨와 함께 전북 진안군 부귀면에 살고 있다. 논과 밭, 산으로 둘러싸인 그야말로 깡촌 오브 깡촌이다. 상권이 1도 없다. 구멍가게 하나 없다. 진안읍이나 전주로 나가려면 자동차를 타고 30분 가량 이동해야 한다. 짜장면 배달이 안 될 정도다. 20대 초반의 여성이 아들 육아만 하며 살기에는 고립감이 극에 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유리씨는 원래 전주 출신이다. 재욱씨는 농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아내를 깡촌으로 데려와놓고 사실상 방치한 셈이다.
 
유리씨는 하루에도 수없이 “심심하다”고 혼잣말을 한다. 어린 아들 재율이에게 “언제 크니? 언제 말해? 엄마랑 말동무해줄 사람이 없네”라며 하소연을 하고 있다. 가정 주부가 집에 있으면 육아 및 집안일을 하느라 바쁘지 않을까 싶지만 유리씨는 필수적으로 꼭 해야 하는 것 외에는 손을 놓고 있다. 청소도 잘 안 하고 아기를 키우는 집의 위생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MC 박미선씨로부터 잔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유리씨는 사람들과의 소통, 최소한의 인간관계조차 맺을 수 없는 지금의 환경이 답답하기만 하다. 이런 일상이 오래 반복됐다.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고은아씨는 본인도 시골 출신이었다면서 “심지 않아도 자라는 쑥과 냉이 등을 캐고 그걸 오일장에 팔면서 재미를 찾아갔고 할 게 많다”고 했는데 유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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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는 언론사입니다. 국회를 출입했던 정치부 기자 출신 30대 청년이 2021년 3월 광주로 내려와서 창간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좋은 기사를 쓰고 싶어서 겁 없이 언론사를 만들었는데요. 컨텐츠 방향성, 취재 인력, 초기 자금, 수익구조, 사무실 등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좋은 공동체를 위해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언론인의 자세, 이것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끝까지 버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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