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휩쓸고 간 숲, 어떻게 자라나고 있을까..옥계·고성에서 본 울진의 미래
2022/04/04
동해안 지역은 예로부터 산불이 잦았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강원 강릉·삼척·양양·간성·고성이 큰 산불 피해를 입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지금도 동해안 벨트를 따라 움직이다 보면 산불 피해지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은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 것일까. 누가 어떤 나무를 심었고, 새 숲은 얼마나 자랐을까. 지난달 3일 발생해 기록적 피해를 입힌 경북 울진군의 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이 흘렀다. 과거 산불 피해지들의 현재 모습을 보면 울진의 미래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다.
산불 피해지는 초기에 검게 타죽은 나무, 화상을 입고 누렇게 말라죽은 나무, 살아남은 나무들이 뒤섞여 얼룩덜룩하다. 죽은 나무를 베어낸 산은 민둥산이 된다. 어린 묘목이 숲을 이루기까지 20~30년이 걸린다. 식목일을 앞두고, 2019년 산불 피해를 입은 강원 강릉 옥계면과 2000년 동해안 산불을 겪은 강원 고성군의 현재 모습을 지난달 31일 둘러봤다.
■강원의 흙빛 옥계…3년 지나도 민둥산 천지
이번에도 산불을 피해가지 못한 옥계면에서는 2000년 이후 네 차례 큰 산불이 났다. 그 중 2019년은 4월 4~5일, 식목일을 끼고 산불이 났다. 3년이 지난 지금 그곳은 여전히 민둥산의 외양을 하고 있다. 강원도 특유의 우람한 산세가 흙빛을 띠고 있는 광경이 어색해 보였다. 옥계면 산계리의 한 복원지에 가까이 가니 그제야 어른 허리 높이 정도의 어린 소나무와 활엽수 묘목이 눈에 들어왔다. 활엽수는 주로 참나무과 나무들이다. 사이사이로 생을 다한 소나무 밑동들이 박혀 있었다. 나이테상으로 30~40년은 족히 된 것들이었다.
어린 나무는 잡풀과의 경쟁에서 스스로 이기기가 어렵다. 햇볕이나 양분 경쟁에서 뒤처지면 충분히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