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에 대한 영화는 벌써 3편이 만들어졌다. 별 내용이 없었던 2013년판 '잡스'와 아론 소킨이 대본을 쓴 2015년판 '스티브 잡스', 그리고 다큐멘터리 '스티브 잡스 : 맨 인 더 머신'.
나라면? 아예 SF형식을 빌려 잡스가 전개하는 “현실 왜곡장(reality distortion)”에 대해 진지하게 다뤄보고 싶다. 현실 왜곡장. 잡스가 말하면 별 것 아닌 제품조차 혁신적인 제품으로 여겨지게 만든다는 그 신비의 마법.
Steve Jobs with his MacBook Air at Macworld 2008.
카리스마 리더의 뒤에 감춰진 것
스티브 잡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흔히 꺼내는 단어도 이 ‘현실 왜곡장’이다. 한 마디로 스티브 잡스는 훌륭한 마케터일 뿐 진짜 혁신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은 스티브 잡스의 주변 인물에게서 나왔다. 원래는 미국 SF드라마 ‘스타트렉’에서 쓰이는 단어로, 애플의 매킨토시 개발자였던 버드 트리플이 잡스를 평가하면서 사용해 유명해진 말이다.
누구에게 나왔건, 이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하나다. 잡스의 지지자이건 비판자이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것, 바로 잡스의 카리스마다. 스티브 잡스는 ‘현실왜곡장’을 느끼게 할 정도로 타고난 카리스마를 가지고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렇지만 잡스가 원래부터 그렇게 카리스마 있는 리더였을까.
잡스가 어린 시절부터 남의 관심을 끌기 좋아하는 시끄러운 아이였던 것은 분명하다. 그 버릇은 나이 들어도 사라지지 않아서 대학에 잠시 머물렀을 때조차 괴짜로 이름을 날렸다. 사망하기 몇 달 전까지 공식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에 항상 머물러 있고 싶어 했던 이가 바로 잡스다.
왜 그랬을까? 어린 시절 경험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요란을 떨면서 나 좀 봐주세요-하지 않으면 아무도 봐주지 않는 가난한 집의 아이, 그것이 어린 시절의 잡스였다. 똑똑하고 호기심이 강했지만 그런 잡스를 돌봐주는 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