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멀쩡한 정신으로 아이 둘을 낳게 되는 과정
2024/04/22
*제목 <여자가 멀쩡한 정신으로 아이 둘을 낳게 되는 과정>은 책 <<돌봄과 작업>> 정서경 작가님 편에서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아이가 이미 하나 있지만 또 다른 아이를 낳는 일은 그저 아득하기만 했다. 첫 아이가 두 돌 즈음 지나자 혹시 둘째를 가지면 어떨까에 대한 생각을 최초로 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 있어 그렇게까지 한 가지 일을 오래 고심한 일은 없었고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이만큼 깊고 넓은 스펙트럼으로 진지하게 다가간 최초의 분야. 아이를 낳고 난 후 벌어질 일들을 다각도로 상상해 냈다는 사실에, 내가 이토록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었구나 놀라고 만다.
- 둘째를 낳는다면? 나는 회사를 계속 다닐 것인가? 그렇다면 둘째는 누가 키우는가? 회사를 그만둘 것인가? 그럼 돈은 누가 버는가? 둘 중에 한 명이라도 아프게 된다면? 돌봄 공백이 생길 경우 나는 또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구해야 하나.
한 번의 경험으로도 충분한 육아 고충이 두 세배로 차고 넘칠 것이 눈에 뻔한 그 길을 나는 미치지 않고서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머리털이 온전하게 보존된 중년이 될 수 있을까. 나의 얄팍한 커리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아이를 핑계로 매번 빠지게 되는 모임을, 친구들을 나는 잃지 않을 수 있을까. 남편과 나의 관계가 부서지지는 않을까. 나의 노후는 과연 안전한가. 그러니까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나의 온 인생을 들여다보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보는 일이었...
엄마가 된 여자, 삶이 이어진다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이야기를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