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대국 간의 고래 싸움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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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8
미·중·러 어느 편도 들고 싶지 않은 중립 국가들에 대한 분석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 끼어 있는 국가 상당수는 어느 편도 들지 않기로 했다. 1945년 이후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와해되고 경제 분리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분열 구도와 상관없이 자국의 이익을 위한 거래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한 거래론적 접근법(transactional approach)이 지정학적 구도를 재편하고 있다.

중립을 자처하는 이러한 비동맹 세력의 규모와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러시아의 렌즈를 통해 그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본지의 자매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비동맹 국가들과 러시아의 경제 및 군사적 관계, 유엔 내에서의 투표 추세를 포함한 그들의 외교적 입장, 그리고 각종 제재에 대한 그들의 지지 및 이행 여부를 기준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현재 세계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52개 국가(즉, 서방 및 그 우방국들)가 러시아의 행동을 맹비난 또는 응징하고 있고, 러시아를 지지하는 국가는 12개뿐이다. 하지만 127개 국가는 어느 쪽 진영에도 분명하게 속해 있지 않은 비동맹(non-alignment)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지도 참조).
남색은 친서방 국가, 주황색은 친러시아 국가, 나머지는 비동맹 국가. 출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비동맹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본지는 일부 국가를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대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중·미 대결에서 비동맹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국가 중 경제 규모가 큰 25개 국가다. 트랜젝셔널 25(T25)라 불리는 이들 국가 그룹은 부의 수준과 정치 체계뿐만 아니라 (거대한 인도부터 아주 작은 카타르에 이르기까지) 국토나 인구의 규모 측면에서도 매우 다양한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일부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냉혹하다 싶을 정도로 실용적인 노선을 추구하며, 함께 모였을 때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이들 국가는 세계 인구의 45%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1992년 11%에서 2023년 18%로 증가하면서 현재 EU를 앞서고 있다. 이들의 중립 전략은 큰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수반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 여부는 향후 수십 년 동안 세계 질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이 그들을 자신들의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20세기에는 비동맹의 의미가 각 시기와 국가마다 조금씩 달랐다.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개최된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와 1961년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에서 개최된 제1차 비동맹 정상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들은 서방과 소련 모두와 분리된 ‘제3세계’ 노선을 제시했다. 그들은 1960년대 후반부터 (제3세계의 좀 더 순화된 표현인) ‘남반구(Global South)’와 ‘산업화된 북반구(Industrial North)’ 국가들 사이의 경제적 불평등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남반구 국가는 경제적으로 발전이 덜 된, 인도양과 태평양에 위치한 중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을 일컫는다. 대조되는 개념인 산업화된 북반구 국가는 고도의 산업화와 기술 발전을 이룬 선진 국가들을 가리키며, 주로 유럽, 북미, 일본, 호주 등이 해당된다—역자 주). 그들이 출범한 공식 기구 ‘비동맹운동(Non-Aligned Movement, NAM)’에는 거의 모든 아프리카와 아시아 및 중남미 국가들이 가입했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되면서 NAM은—한 인도 학자의 표현을 빌리자면—"적절한 장례를 치러줘야 할 죽어가는 조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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