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부르는 4월의 노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4/08
“Starry, starry night ~(중략)~.
이제야 난 알아요,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걸
온전한 정신으로 살기 위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그들을 자유롭게 해주려 얼마나 애썼는지
그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죠, 어떻게 듣는지도 몰랐죠
어쩌면 이제는 들을지도
별이, 별들이 빛 나는 밤
눈부시게 타오르는 불꽃 같은 꽃들
보랏빛 아지랑이로 소용돌이치는 구름
빈센트의 푸르른 눈동자에 비쳐오죠.”

- <빈센트(Vincent)>(1971), 돈 맥린(Don McLean)

 
나무들이 잎을 돋우는 잎새달 4월. 잎보다 먼저 꿈이 일어난다. 겨울눈(冬芽)의 꿈이 노란색으로 피어난다. 노란색은 봄을 맨몸으로 터트리며 색칠해 간다. 색과 빛의 삼원색으로 어울리며 퍼져간다. 양립할 수 없는 낮과 밤, 삶과 죽음, 참과 거짓, 승자와 패자, 그리고 고흐와 고갱까지도 안는다. 산수유가 팝콘처럼 터져 가는 날,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을 타고 예술 공동체의 상징인 프랑스 남부 아를(Arles)을 찾아 고흐를 만난다.


<노란 집> 공동체 추구와 퇴색

 

 
고흐가 체류한 아를에는 그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있다(그가 산책을 즐긴 카페에 그의 그림이 놓여있다), 2022.3 - 정락석

아를의 달은 눕고 집이 일어난다. 파란 하늘을 빠져나온 햇살이 몽환적 황금색의 그림자로 찾아오면, 별이 떨어진 군청색(Ultramarine) 그늘은 노란색으로 덮여간다. 노란 집이다. 이 노란 집은 아를에서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가 살던 집이며, 그의 공동체를 향한 꿈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인 <노란 집>(1888)의 실재하는 장소다.

고흐는 모국인 네덜란드를 떠나 예술의 도시인 파리에서 화가로서의 성공을 꿈꾼다. 1년 6개월 동안 주로 인상파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화풍과 색채를 시도하며 활발히 활동한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어긋나가는 주관적 자아에 대한 실망과 객관적 타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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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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