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이 사라진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6/23
  •  필립 데스캉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기자


  • 오랫동안 유럽은 이민을 떠나는 이들이 많은 지역이었지만, 이제는 이민을 오는 이들이 많은 지역이 됐다. 특히 서유럽의 경우 인구유입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유럽의 중부와 동부에서는 발칸반도 국가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인구유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헝가리에서는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로 민족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12면 기사), 독일의 일부 지역은 공동화 현상까지 겪고 있다(13면 기사). 의학의 발전 덕분에 수명이 길어졌지만, 수명연장의 꿈이 실현되자 생활조건과 환경의 악화 문제가 곧 대두됐다(14면 기사). 결론적으로, 지난 30년 동안 유럽의 인구 수는 전반적으로 크게 증가했고, 정치적·사회적 변화와 활발한 인구 이동으로 인해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랑, 삶, 그리고 죽음에 관련된 문제….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출산율, 혼인율, 출생률, 사망률 등의 인구통계학적 수치와 용어는 바로 현시대의 이야기, 고민거리, 변화를 당황스러울 정도로 정확하게 반영한다. 유럽은 이제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

유럽의 인구는 1993년 이래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몇 년 후면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미 유럽 내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인구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1)

변곡점은 1989년 말, 베를린 장벽이 붕괴했을 때였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독일의 재통일이라는 강력한 사건을 계기로 노동과 부가 재분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제1차 세계대전이 서유럽의 인구 변화에 미쳤던 영향보다 더 날카롭고 뚜렷한 영향을 중부 및 동부 유럽에 미쳤다. 1950년과 1970년 사이, 두 개의 거대한 지정학적 시스템이 공존하게 되면서 엄청난 수준의 집중 현상이 일어났다. 지역과 관계없이 유럽 전역에서 사망률이 감소하기 시작해 출생률을 크게 밑돌게 됐으며, 수명은 급격하게 길어졌다. 동유럽 인구는 서유럽 인구를 서서히 따라잡아, 1950년에는 두 지역 간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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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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