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저녁, 비슷한 시간에 내가 사는 아파트 뒤편 도로가에 용달차를 끌고 와 수박을 파는 아저씨는 우리 집에서도 다 들리게 고래고래 고함을 친다.
" 수박 한 통에 오천 원 오천 원~이것도 오천 원, 저것도 오천 원~골라서 오천 원 "
나는 수박을 좋아하지만 여름철 내내 수박을 한 번도 먹지 못하고 지나갈 때도 있다. 그 이유는 남편은 자기가 냉한 체질인데, 수박이 냉한 음식이라고 한 입도 먹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다고 나 혼자 크나큰 수박 한 통을 먹으려고 사기는 좀 그렇고, 요즘은 마트에 절반으로 쪼개서 팔기도 하지만 왠지 그것은 사기가 싫어 사지 않으니, 한 여름이 다 지나가도록 근무하는 구내식당에서 복날에 수박이 나오면 먹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보니 한량 벼슬을 가지고 있는 남편은 손에 무거운 것을 들고 다닌 적이 없고, 일꾼이라는 이름을 가진 내가 지금껏 무거운 것은 다 들고 다닌다.
그런데 남편이 운동 갔다 들어오는 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