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의 문제의식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PC가 유행한 것은 그것이 정의로워서라기보다 그것이 주로 쉬웠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쉬움만큼 매혹적인 것도 없다. 중요한 문제의식은 그 쉬움의 매혹 아래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것은 쉬운 까닭에 맞은 편 사람들에게 아주 손쉽고 빠르게 전유당한다.
그때가 되어 중요한 문제의식을 강조하여도 이미 때는 늦는다. 그것은 애초에 그 문제의식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문제의식은 좀처럼 쉽지 못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종종 남을 벨 수 있는 쉬운 검술을 원하고, 그것은 PC의 문제의식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PC의 문제의식이란, 사람 사이에는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위계가 있고, 그래도 그것을 보정하기 위해 개인이 노력할 지분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제국/식민, 계급, 냉전, 젠더, 장애/비장애, 이성애/비이성애 등 사회 구조의 결정력과 개인의 자율성을 놓고 요동해온 사회이론의 유서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