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책임지지 않는 우울 너머의 세계 : 이소라 7집(2008)
2023/10/17
내 인생의 음반은 이소라 7집 <겨울, 외롭고 따뜻한 노래>(2008)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한 트랙도 건너뛰지 않고 한 호흡으로 듣는다. 두루 찬사받는 전작 <눈썹달>(2004)의 다음 챕터같은 앨범으로, 이 7집이 내가 꼽는 이소라의 최고작이다. 많은 사람이 6집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앨범이지만, 내가 7집을 더 윗길로 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6집이 사랑을 노래했다면, 7집은 그것과 연루된 삶과 죽음의 세계를 노래하기 때문이다.
음악으로 사람을 우울에 빠뜨리는 일은 꽤 대책없는 짓이다. 그건 내 안의 우울을 직시하고 그걸 소외시키지 말자는 것과는 또다른 범주의 일이다. 사람을 불러 앉혀놨으면 내 마음 속 우울을 토로하는 것 외에 뭔가 다른 걸 그들에게 들려줄 수 있어야 하고, 남을 우울에 빠뜨렸으면 거기에서 올라와 다음 삶을 살 수 있는 길 또한 함께 보여줘야 한다. 그걸 책임지지 않는 우울은 어떤 사람을 벼랑 끝에 떨궈놓고 스스로 기어올라오라 내모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소라 7집은 바로 그 점을 세밀히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앨범의 처음과 끝은 녹음실에서 음악가 동료랑 웃다가 가사와 화음을 맞추는 테이크가 들어있다. 노래하다 가사를 틀린 부분도 그대로 들어갔다. 음악 속 희노애락이 어디 마른 하늘로부터 임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웃고 떠드는 녹음실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액자식으로 보여주는 그 마음 씀씀이가 참 좋다. 음악으로 인해 한껏 부풀 수 있는 감상의 ...
『사랑의 조건을 묻다』(숨쉬는책공장,2015),
『세상과 은둔 사이』(오월의봄,2021),
『불처벌』(휴머니스트,2022,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