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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

일상에서 생각할 거리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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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

<화양연화> _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기만했던 시절

'화양연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중경삼림을 시작으로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고 오늘은 화양연화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주인공 양조위와 장만옥의 배우자는 서로 바람이 난다. 두 사람 모두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서로를 동정하는 듯, 위로하는 듯, 사랑하는 듯 하는 감정선과 함께 영화는 전개된다. 불륜의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의 제목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라. 무슨 의미일지 생각해보았다. ​양조위와 장만옥은 불륜의 피해자이지만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불륜에 대한 복수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영화 속 양조위와 장만옥의 표정을 봤다면 서로의 배우자가 바람을 폈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도 지나치는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이 둘 사이에서 무슨 일이든 일어나겠구나 싶었을 것이다. 결국 그들도 사랑하게 됐고 우린 그들과 다르다는 말을 하며 정신적인 사랑, 딱 거기서 멈춘다. 뭐 육체적인 사랑만 사랑은 아니고 육체와 정신 중 사랑의 가치...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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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_ 인간에게는 자기만의 '말'이 있다.

인간에게는 자기만의 '말'이 있다. 늘 마음속에 그 말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그 말을 혀와 몸과 의지로 표현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인간에게는 자기만의 '말'이 있다.<쇼펜하우어 아포리즘> MBTI, 인생영화, 애착유형 등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을 무언가에 투영하려 한다. 쇼펜하우어의 말대로 우리에겐 우리만의 '말'이 있고 본질적으로 변함없는 그 '말'을 우리는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표현으로 둔갑시킨다. 하지만 '말'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어쩌면 바뀌지 않는 혈액형일 수도 있고 잊지 못하는 첫사랑일 수도 있다. 마음에 드는 '말'을 찾지 못해 자신을 부정하기도 하고 자기만의 '말'을 향한 집착 끝에 자신을 제외한 모든 걸 잃는 사람도 있다. 쇼펜하우어는 '고독'과 '권태'라는 말을 안고 평생을 살았다.​'사랑'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싶다. '배려'를 몸과 의지로 표현하며 살아갔으면 하고 '행운...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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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

<중경삼림> _ 사랑의 완성은 '타이밍'

  ​잊을만 하면 생각나는 영화 중경삼림을 다시 봤다. 정신적으로, 상황적으로 변화를 맞는 시기가 되면 항상 찾는 영화다. 그렇기에 볼 때마다 영화가 꽃피우는 생각은 달랐고 이번에는 또 다른 생각으로 영화를 곱씹었다.​어렸을적 그저 멋있게만 보였던 금성무와 양조위의 사랑이 이젠 제법 귀여워 보였다.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는데 결국 다 얄궂은 타이밍의 문제다. 금성무가 매일 찾는 통조림의 유통기한도, 양조위가 왕페이를 기다리던 그 몇시간도 모두 타이밍의 중요성을 가리키는 듯 영화 보는 내내 생각에 잠겼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타이밍은 고백의 타이밍, 우연히 만난 그녀에게 말을 거는 타이밍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급함에서 벗어나 관계의 성숙함이 길러지지 않았을 때의 사랑이 '타이밍이 맞지 않은' 사랑이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을 타이밍 맞게 만나기란 요행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고 그만큼 나와 잘 맞는 사람을 타이밍이 맞지 않았기에 놓치는 일은 가슴 저리는 일이다.​20 ...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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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

<괴물>_고레에다 히로카즈: 솔직함은 진실이 아니다

<괴물>을 봤다. 주변 사람들의 추천과 2023 최고의 영화라는 극찬으로 뒤덮여 있었기에 기대를 하고 봤지만 역시 난 아직 작품성 가득한 영화는 성에 차지 않나 보다. 큰 스크린, 짜디 짠 팝콘, 편안한 의자, 이 모든 쾌락의 완성은 원초적으로 자극적이고 재밌는 스토리 또는 뛰어난 영상미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아직 유명한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메세지 가득한 영화가 어렵다. ​<괴물> 보고 나오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서로에게, 또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할까? 이 영화를 보고 하나의 현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잘못된 시선,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을 무시하는 세상 등 다양한 견해와 함께 감독의 심오한 의미에서 자기반성과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내 시선에서 이 영화는 단순했다. 나를 향했든, 타인을 향했든. '거짓말' 하나로 이 영화는 시작과 끝이 난다.​사람마다 솔직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나의 거짓은 항상 타인을 위해서였다. 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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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람과 오래 살다보면 사랑인지 습관인지 헷갈리죠. 그런 적 없어요?

영화를 하나 봤다. 오랜만에 하루종일 혼자 침대 위에서 빈둥댈 수 있는 날, 일전에 봤던 비포 선라이즈가 문득 생각났다. 제 3자가 되어 남녀의 감정을 공유하며 서로밖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이 보고싶었던 것 같다.  넷플릭스에 들어갔고 '이스탄불행 비행기가 곧 출발합니다'라는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제목부터 #첫만남, #우연, #하룻밤 등 대놓고 나 '비포 선라이즈' 느낌의 영화입니다 하고 손을 들고 있었고 굳이 엄격해지고 싶지 않아 시청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스포가 될 거 같아 언급은 안하고 나름 반전도 있는 영화인데 굳이..?는 싶었다(보면서 이해가 안되던 부분이 반전으로 풀리긴 했지만 재미도 감동도 모두 잡은 그런 반전은 아니었다). 아무튼, 영화의 주제는 그러했다. "영원한 사랑은 가능한가"​'비포 선라이즈'같은 가볍지만 아련한 러브스토리를 찾다가 마주한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인류의 난제다. 아무리 뜨겁던 남녀라도 세월 속에서 온도는 식기 마련이고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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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_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남겨졌다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 여자애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받았다. 서로 이름만 알고 대학교 1학년 시절, 친구 여럿이서 함께 술 한 번 먹은 기억이 전부인 친구였지만 그 아이가 떠나는 마지막 모습을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자식이 먼저 간 장례식장은 그동안 내가 갔던 장례식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화환은 하나도 없었고 조의금조차 받지 않았다. 간단한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고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애써 웃음 지어보이시는 부모의 입꼬리를 뺀 모든 부분은 울고 있었다.그 아이가 살아온 세월은 100년을 살고 잠들다 돌아가신 노인보다 훨씬 가벼웠지만 죽음은 내가 봐왔던 어느 죽음보다 무거웠다.그 아이는 아직 죽기에는 그녀를 기억하며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죽음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사실 죽음 그 자체는 소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사라질 사람보다 그 사라짐을 견뎌야 하는 주변 사람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죽...
문화/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