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우와 아나키즘
황석우의 활동은 그리 순탄하지 못했던 것 같다. 자신을 “나 확실히 큰 병인일다, 나 눈멀고 귀먹고 벙어리되고, 수족조챠 쓰지 못 여러 가지 난치병을 겸 큰 병자임니다”라고 규정하면서, “그럴니라 자기의 가슴 안에 고뇌, 비애가 산갓치 싸혀 잇셔도 나 임이 그것을 말 입도 업고, 홍수와 불과 밤이 자기의 전후좌우를 에워싸고, 불행커라, 나 임이 그것들과 싸홀 수족조차도 일어바렷다”는 식으로 아주 강한 피로감을 토로한다.
이 피로감의 발생 원인에 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조선 민중의 상태를 진단하면서 황석우 자신과 거의 동일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유비적으로 언급하는 대목에서 그러한 피로감의 원인이 “민중을 쇽히며 우농며 유혹여 자기의 일신의 영예를 엇자 가면의 협□□들”에게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말하자면 글의 모두에 언급한 각 단체와 조직들과 황석우의 아나키즘적 지향이 상호 충돌하거나 갈등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