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인간의 미래는 과연 희망이 있는 것일까. 홀로코스트는 20세기를 어둠과 죽음의 시대로 만들었다. 1933년부터 12년에 걸쳐 1100만 명에 이르는 민간인과 전쟁포로들이 나치 정권에 의해 짐승처럼 열차에 실려가 가스실에서 죽어갔다. 가스실에 흘러나오던 바그너의 〈순례자의 합창〉을 들으며. 인간을 유린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이었다.
전쟁과 학살 속에서 잃었던 사랑을 우리는 이제라도 되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각자의 생존을 위한 경쟁에 매달려 있을 뿐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는다. 정치는 만인 간의 투쟁을 해결하지 못한 채 또 다른 갈등의 온상이 되어버렸다. 우리 인간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우울한 생각에 빠져 있을 때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만났으니, 바로 한나 아렌트였다.
나를 넘어 세계를 사랑하라
아렌트는 죽음의 전체주의 시대를 한복판에서 겪으며 살았던 정치사상가다. 유대인으로 태어난 그녀는 전체주의라는 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