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하는 정치적 삶

유창선
유창선 인증된 계정 · 칼럼니스트
2024/04/10
-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인간의 미래는 과연 희망이 있는 것일까. 홀로코스트는 20세기를 어둠과 죽음의 시대로 만들었다. 1933년부터 12년에 걸쳐 1100만 명에 이르는 민간인과 전쟁포로들이 나치 정권에 의해 짐승처럼 열차에 실려가 가스실에서 죽어갔다. 가스실에 흘러나오던 바그너의 〈순례자의 합창〉을 들으며. 인간을 유린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이었다.

전쟁과 학살 속에서 잃었던 사랑을 우리는 이제라도 되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각자의 생존을 위한 경쟁에 매달려 있을 뿐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는다. 정치는 만인 간의 투쟁을 해결하지 못한 채 또 다른 갈등의 온상이 되어버렸다. 우리 인간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우울한 생각에 빠져 있을 때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만났으니, 바로 한나 아렌트였다. 


나를 넘어 세계를 사랑하라

아렌트는 죽음의 전체주의 시대를 한복판에서 겪으며 살았던 정치사상가다. 유대인으로 태어난 그녀는 전체주의라는 근본악을 직접 경험하면서, 오늘의 인간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사유의 삶을 살았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국적 없이 떠돌아야 했던 아렌트의 ‘뿌리 잃은’ 삶은 그녀의 정치적 사유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그녀는 ‘고향 상실(homelessness)’, ‘뿌리 상실(rootlessness)’의 오랜 시간을 겪었기에 근대의 병리현상인 뿌리 잃은 사람들의 문제를 제기한다. 또한 자신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전체주의가 인간을 어떻게 파괴했는가를 목격하고, 전체주의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에 대해 천착한다. 죽음의 시대 한복판을 살았던 삶이지만, 아렌트는 그 암울한 시대 속에서도 진리를 찾으려는 희망의 사유를 찾는다. 인간들이 함께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의 ‘정치적 삶’을 통해 ‘세계사랑’(Amor mundi)을 실현하자는 것이 아렌트의 저작들을 관통하는 생각이다.


인간다운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간의 조건』은 제목 때문에 인간 본성에 관한 책일 것으로 생각했다가 막상 읽기 시작하면서 당황하는 사람이 많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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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시사평론을 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하고 긴 투병의 시간을 거친 이후로 인생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문화예술과 인생에 대한 글쓰기도 많이 합니다. 서울신문, 아시아경제,아주경제,시사저널,주간한국, 여성신문,신동아,폴리뉴스에 칼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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