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를 떠나 너에게로 가는 여정
나를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남자가 명백히 내가 역겨워하는 어떤 지점들을 갖고 있을 때, 그의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내게 참을 수 없는 혐오를 유발할 때. 나는 종종 안도하곤 했다. 확신하면서. “내가 그를 사랑할 일은 결코 없어.”
그렇게 여러모로 너무도 나와는 명백히 아닌, 그런 남자를 그럼에도 계속 만날 때가 있지. 영 아니긴 한데 뭐, 만나자니까. 자꾸 만나자니까. 간청하니까. 만나는 것 만으로도 좋다니까. 이 남자 되게 별로인데 어차피 나는 마음 줄 일 없으니까. 그렇게 나를 믿으면서. 안전핀을 확인하고. 합리화하면서. 미안하지만 마음을 주지 않을거라 확신하면서도 그를 만나주는 건 어떤 즐거움 때문일까. 그 즐거움은 무엇이었을까.
사랑을 간청하는 당신에게 절대 마음을 주지 않을 나를 확신해서 너를 가여워하면서도 희망고문하는 그 자리. 나는 너와 사랑에 빠지면 안되는 이유를 스스로 새기고 또 새겼었어. 사실 이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