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사랑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오아영
오아영 인증된 계정 · 갤러리 대표, 전시기획자, 예술감상자
2023/04/28
지난 화요일, 이화여대 어느 단과대의 진로특강가운데 사랑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여자선배 강연자로 갔다가 학생들로부터 받아든 물음표와 그에 대한 응답을 공유해봅니다.   


이화여대 캠퍼스 속 이 특수하게 기하학적인 공간의 이름은 홍해 라고 한다. 모세가 가른 바로 그 홍해.

Q. 연사님은 글을 쓰시잖아요. 글이 인기를 끌어서 여러 기회가 왔다고 하셨는데 글쓰는걸 좋아한다고 다 반응을 얻는건 아니잖아요. 올렸는데도 사람들로부터 반응이 없었다면 그래도 좋아하니까 계속 쓰셨을지 궁금해요. 

A. 음. 저는 어릴때부터 그냥 쓰고있었고 늘 썼는데요, 나자신의 가장 메인 정체성은 언제나 쓰는사람 이었는데도 그래왔던 시간대비해서는 내 글을 불특정 다수의 여러 사람들 가운데 내어놓은 지 얼마 안 됐어요. 이건 나자신 뭘 원하는지를 일단 명확히 해야 해요. 혼자만 볼수있는 일기장이든뭐든 글 쓰는 작업자체를 계속 수행하기 원하는 건지 혹은 이 사회 공동체 안에서 내가 글쓰는 사람으로서 다수의 사람들과 관계 맺기 원하는지.
제가 원하는건 후자였어요. 이 당연한걸 늦게 알아차리게 됐죠. 후자라면 일단 공개적으로 쓰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반응이 없어도 썼을거긴 한데 이런 대답을 하기엔 증명할 수가 없네요. 저는 처음부터도 사랑을 많이 받았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애초에 내 글이 외면당해도, 심지어 글로 인해 내가 미움을 받아도 상관없다는 각오로 썼어요.(이건 지금도 어느정도는 매번 새로 그런 것 같네요) 처음엔 외면당할 수 있죠. 그런데 뭔가를 써서 반응없는 그 결과도 일종의 피드백이고 학습이잖아요. 이번엔 왜 응답이 없었을까 생각해보고 다음엔 조금이라도 독자의 응답을 더 얻기 위해 자잘한 거 어떤걸 시도해볼수있을까 고민하고 실제 또 해보고는 그 결과 놓고 생각하고, 하고 하고 하면서 계속 확인해볼 수 있잖아요. 일단 모두가 보는 한복판에 들어가 어떻게든 계속 쓰다보면, 날마다 배워서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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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아름다움. 이 둘만이 중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의 이유이자 내용이자 목적이다. 실은 이들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살게 만드는 절대적인 두가지라 믿는다. 인간은 제 영혼 한 켠에 고귀한 자리를 품고 있는 존엄한 존재라고 또한 믿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보이지 않는 자리들을 손에 만져지도록 구체적으로 탁월하게 설명해내는 일로 내 남은 삶은 살아질 예정이다. 부디 나의 이 삶이 어떤 경로로든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살아있게 만들 수 있다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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