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사를 했다.
부산에서 상경해 서울에서 생활한지 12년.
나는 월세에 산다.
0.
부산에서 서울행을 고작 일주일만에 결심하고 손에 쥐고 올라온 돈은 12만원이었다.
세상에 나 말고 나를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12만원을 들고 서울에 도착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간신히 신길 지하철 역 뒷편에 고시원을 얻는 것이 다였다.
저녁이 되면 1층 홍어집의 시큼한 냄새와 아저씨들의 담배연기 섞인 고함소리가 들려왔지만 당시의 나에겐 보증된 일자리가 있었고, 한달 뒤에는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무모한 청춘이 있었다.
고시원 에서의 첫날 밤.
10년 뒤 나에게는 적어도 서울에서 전셋집을 얻을만한 돈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망상을 하며 잠이 들었다.
1.
첫번째 집은 장승배기에 있는 보증금 100에 월세 30만원의 옥탑방 이었다.
지금이야 옥탑방에 낭만이니 로망이니 하는 단어가 끼어들어 있지만, 당시에 옥탑방 이란 춥고 더운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내 몸 누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