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기와 땀이 흐르는 뚱뚱한 살" - 최명익, 「무성격자」, 「비 오는 길」
‘히스테리 여성’의 복수가 「무성격자」에는 다소 그로테스크하게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문주’는 고향에 다녀오겠다는 ‘정일’에게 “거짓말쟁이”라고 소리지르며 달려들어 “악을 쓰던 끝에 기침을 따라 피를 토”한 뒤 “손수건에 받은 피를 그의 얼굴에 문”지른다. 이는 ‘양서류형 인간’이 되어가는 식민지 지식인 남성에게 여성이 가할 수 있는 최고의 상징적 복수가 아닌가 싶다. 허위의 가치와 욕망으로 뒤덮인 남성의 점성 피부에 자신의 ‘균’을 한 겹 덧씌워 점액질의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리는 ‘문주’의 복수는 ‘양서류형 인간’이 자신의 호흡을 잠시 동안이나마 정지할 만한 긴박한 사건이었다.
‘문주’의 히스테릭한 마지막 반격에도 불구하고 ‘정일’은 홀로 떠난다. ‘문주’를 떼어놓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신의 현실 욕망에 더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정일’의 결정은 상대적으로 단호했다. 손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