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식민지 지식인 남성의 마지막 도피처
2023/12/05
"기름기와 땀이 흐르는 뚱뚱한 살" - 최명익, 「무성격자」, 「비 오는 길」
‘히스테리 여성’의 복수가 「무성격자」에는 다소 그로테스크하게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문주’는 고향에 다녀오겠다는 ‘정일’에게 “거짓말쟁이”라고 소리지르며 달려들어 “악을 쓰던 끝에 기침을 따라 피를 토”한 뒤 “손수건에 받은 피를 그의 얼굴에 문”지른다. 이는 ‘양서류형 인간’이 되어가는 식민지 지식인 남성에게 여성이 가할 수 있는 최고의 상징적 복수가 아닌가 싶다. 허위의 가치와 욕망으로 뒤덮인 남성의 점성 피부에 자신의 ‘균’을 한 겹 덧씌워 점액질의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리는 ‘문주’의 복수는 ‘양서류형 인간’이 자신의 호흡을 잠시 동안이나마 정지할 만한 긴박한 사건이었다.
‘문주’의 히스테릭한 마지막 반격에도 불구하고 ‘정일’은 홀로 떠난다. ‘문주’를 떼어놓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신의 현실 욕망에 더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정일’의 결정은 상대적으로 단호했다. 손목시계를 계속적으로 바라보는 행동으로 ‘문주’에게 관계의 시효 소멸을 통지하는 ‘정일’의 태도는 시간을 분절하여 전시하려는 근대 남성 지식인의 태도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처럼 ‘근대’는 시간을 분절하여 타자에게 공표하려는 의지나 노력으로 표현된다. 근대적 인간이 상대방과의 관계를 종료하려하거나 과거의 기억의 가치비중을 매기는 작업은 늘 시간의 분할로 기록되고 선언된다.
그렇지만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 남성’은 이러한 근대적 시간 관념에만 전면적으로 의존하는 인간형은 아니다. 자신의 편리에 의해 다시 전근대적 ‘家’의 시간과 질서에 기꺼이 회수되는 장면은 이를 잘 보여준다. 고향집에서 ‘아버지’의 임종을 경험하며 상대적으로 안온한 삶으로 방향 설정을 굳히는 모습은 ‘아버지’라는 전통적 가부장제의...
@최은창(崔恩彰) 감사합니다.
@윤지연 변함없지요.
최명익(1902~1972년)
근대사회에서도 남성에게는 가문의 질서가 여전히 수호해야할 최고의 가치였나보군요.
근대사회에서도 남성에게는 가문의 질서가 여전히 수호해야할 최고의 가치였나보군요.
최명익(1902~197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