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를 만졌다>
새벽 어스름에 겨우 잠이 들었다가 평소와 다른 새 소리에 겨우 눈을 떠보니, 해가 사라진 것 같은 세상 위로 안개가 뿌려지고 있었다. 안개는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시적인 존재이지만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던 경우는 많지 않았다.
풍경으로만 느낄 수밖에 없는 안개가 그날은 사냥에 나선 짐승처럼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쩌면 짐승의 몸은 보이지 않는 뒤에 따로 있고, 안개는 그 짐승이 조용히 뿜어낸 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짐승의 숨이 가빠졌는지 안개는 더욱 짙어졌다. 이제껏 알고 있던 세상이 사라지려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충분히 그런 의심이 들만큼 아주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스티븐 킹(1947∼)의 단편소설 『미스트』를 영화로 만든 <미스트>가 생각났다. 스티븐 킹의 작품을 좋아하지도, 읽지도 않았지만, 유일하게 접한 것이 영화로 본 <미스트>였다.
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