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말이 있다.
"첫째인 네가 잘 되어야 한다."
아빠의 사업 실패로 남들이 보기엔 전혀 잘 되지 못한 집의 맏이였기 때문에 그 말이 항상 나를 따라다녔다. 그때마다 도대체 잘 되는 삶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어른들의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백일장에 나가 아주 가끔씩 운 좋게 수상을 하곤 했었는데 아빠는 그때마다 나를 친구들 모임에 데려가서 자랑을 늘어놓았다. 수상의 기쁨도 잠시, 그때마다 내 기분은 오히려 가라앉았다. 아빠의 자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그렇게 체면을 세우고 싶어하는 아빠의 마음이 훤히 보여서 어딘가 씁쓸해졌다. 내가 늘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 없을 거라는 슬픈 예감을 일찍 느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등학생 때부터 아빠의 뜻대로 하지 않아 아빠를 실망시키는 날들이 많아지고 공모전 수상 등의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없게 되자 아빠는 더 이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