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러운 일이 있었다. 아내의 친정에 갔을 때, 잠시 아이를 두고 둘이서 데이트를 나섰다. 주변에 있는 미술관에 들러볼 생각으로 네비게이션을 켜고, 시골길을 따라 달렸다. 그런데 좁은 골목을 지나 작은 언덕을 넘어선 순간, 길 한가운데 검은 천막 같은 걸 깔아두고 무언가를 말리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차도 한 가운데를 저렇게 막아두어도 되나, 하고 살짝 화가 났다.
처음에는 후진을 하여 길을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이미 너무 길을 많이 들어온 터라, 한참이나 좁은 골목을 후진해서 나가기가 곤란했다. 그래서 아내랑 이야기를 해보고, 차가 못 지나가게 막아둔 상자를 치우고 바퀴 사이로 '그 말리는 것들'을 지나가보기로 했다. 아내가 차에서 내려 쪼르르 달려가, 상자를 치우고, 나는 그 위를 지나가는데 우드득 무언가 밟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이걸 어찌하나 싶은데, 다시 아내가 차에 타고, 네비게이션은 계속 길을 따라 가라 하고, 내려서 그 '무언가'...